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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三)

by 아마도난

근위대 총사를 꿈꾸며 시골에서 파리로 올라온 다르타냥. 근위대에 뽑히지는 못했지만 아토스, 포르토스 그리고 아라미스 등 삼총사와 친구가 된다. 그들의 도움으로 다르타냥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총사대 부대장에 오른다. 부여에서 서울로 전학 온 시골뜨기인 내게도 삼총사가 있었다. 촌에서 올라온 내성적인 소년이 낯선 곳에서 무사히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들이다. 이때부터 ‘3’은 나의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됐다.


나만 ‘3’을 좋아할까? 유럽에는 ‘3’으로 표현되는 국가들이 있다. 베네룩스 3국, 스칸디나비아 3국 그리고 중부유럽 3국(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이 그 예다. 기독교의 주요 개념인 삼위일체에도 ‘3’이 들어간다. 제1차 세계대전도 ‘3’과 연관이 있다. 19세기 중후반에 영국은 제국주의 확장을 목표로 3C 정책을 폈고, 독일은 3B 정책으로 이에 대항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식민지 확장정책이다. *

제갈량은 유비에게 천하 3분 지계(天下 三分之計)를 제안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위, 촉, 오 3국의 이야기인 『삼국지연의』가 흥미진진한 이유도 세 나라의 합종연횡이 줄거리를 이루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의 삼한시대나 삼국시대도 결국은 ‘3’이다. 이외에 단군신화의 천부인(天符印)**이나 우리 민족의 상징인 발이 세 개인 까마귀 삼족오(三足烏)도 있다. 삼정승으로 이루어진 의정부도 있다.


사람들이 ‘3’을 친숙하게 느끼는 이유가 뭘까? ‘삼세판’이라며 무의식 속에서도 셋을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 고르지 못한 바닥에서도 안정적으로 서는 삼발이나 카메라 삼각대처럼 ‘3’이 주는 안정감 때문이라고 한다. 네발이라면 바닥이 고르지 못한 곳에서는 한쪽 발이 들리기 마련이니까. 음양론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음양론에 의하면 홀수는 양의 성질을, 짝수는 음의 성질을 나타낸다. 따라서 홀수의 으뜸인 1과 짝수의 으뜸인 2가 합쳐진 3은 조화로움이나 완전함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리가 3개인 중국의 가마솥(鼎, 정)은 군주의 권위를 상징하는 신물로 받들어졌다. ***

정(鼎)에서 유래된 삼족정립(三足鼎立)이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 또는 세 세력이 솥의 발과 같이 균형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鼎)의 균형이 깨지면 재앙이 생긴다고 한다. 세 발의 각도가 120도를 이루고, 길이와 굵기가 같아야 균형 잡힌 힘으로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면 재앙이 온다는 것이다.


시골뜨기에게 삼총사가 되어 주었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해군으로 오랫동안 복무하다 예편한 뒤에도 진해를 떠나지 않는 친구다. 묵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그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결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물어온 것이다. 그는 내 생각을 듣고 싶었을까? 아니면 내게 자기 생각을 들려주고 싶었을까?


우리나라의 삼족정립(三足鼎立)은 이미 한 발이 다른 발보다 더 길어져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한 발마저 길어진다면 홀로 남은 짧은 발이 긴 두 발을 견뎌낼 수 있을까? 자칫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불안정한 운동장이 만들어질까 걱정스럽다.



* 3C와 3B 정책 : 영국은 이집트의 Cairo,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Cape Town 그리고 인도의 Calcutta를 잇는 식민지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독일은 독일의 Berlin, 튀르키예의 Byzantium 그리고 이라크의 Baghdad를 연결하여 영국에 대항하려 했다.


** 천부인(天符印) : 환인 천제가 아들인 환웅 천왕에게 인간 세상을 다스리는 데 사용하도록 권위의 상징으로 준 세 가지 신물로 청동검, 청동방울, 청동거울을 가리킨다.


*** 하나라 시조인 우(禹)가 아홉 지방의 제후들이 바친 청동을 모아 9개의 가마솥을 만들고, 이 9정(九鼎)에 제물을 삶아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9정을 줄여서 정(鼎)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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