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클리셰라는데

by 아마도난

집에서 멀지 않은 대학교에서 ‘웹소설 창작 마스터 과정’을 수강했다. 대학이 지역민을 위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넥스트 커리어 칼리지’라는 이름으로 평생교육원에 개설된 수업의 하나다. 수강생은 30여 명. 대부분 2, 30대 젊은이들이었고, 남자는 나를 포함해서 2명뿐이었다. 웹소설의 주요 장르가 판타지나 로맨스라던데 이 분야의 주 소비층이 창작에도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웹소설은 7년 동안 70배나 성장했다고 한다. 매출액도 2024년에 1조 3,500억 원을 넘었다고 하니 무척 큰 시장이다. 수천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단행본 소설 매출액과 대비된다. 더욱이 두 분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하니 소설 시장의 주류가 확실하게 바뀌는 모양이다. 이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이 낯설었다. 남주(남자 주인공), 여주(여자 주인공)는 내게도 익숙한 단어지만 로판(로맨스 판타지)이나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이라는 약어는 무척 생소했다.

웹소설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출퇴근할 때, 잠깐 짬이 날 때 혹은 잠자기 전에 휴대폰이나 태블릿으로 웹소설을 보는 사람이 95%를 넘는단다. 이런 독자들을 위해 웹소설 작가는 짧은 문장을 써야 하고, 회빙환, 로판처럼 압축된 약어들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 일반 소설에서 많이 사용되는 복선이나 암시 같은 복잡한 구조는 피해야 할 요소. 그뿐만 아니라 주요 독자층인 MZ세대가 다음 장면을 예상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고 한다.


웹소설의 수입금액은 일반적으로 플랫폼과 출판사 그리고 작가에게 30%, 21% 및 49% 수준으로 배분된다고 한다. 한 번 조회할 때마다 100원의 수입이 들어오니 인기 작가가 되면 상당한 소득이 기대되는 것이다. 실제로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는 웹소설 작가는 수십억 원, 『재벌집 막내아들』 작가는 1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성공에 대한 보상이 확실해서 웹소설에 참여하는 재능 있는 작가들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수업은 웹소설의 이해와 구조, 글쓰기에 대한 이론과 강사의 경험을 설명하고 제출된 원고에 대한 강평과 조언 등으로 진행됐다. 나도 오래전부터 써온 『니들이 신화를 알아?』(가제)의 일부를 제출했다. 신랄했다. 웹소설에서 피해야 할 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며 혹평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강생에게 물었다. ‘이런 글은 어떻게 될까요?’ 어느 수강생이 대답했다. ‘버려요.’ MZ세대다운 거침없는 대답이었다. 플랫폼에 올려봐야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다음 시간에 강평과 조언을 반영한 수정된 원고를 다시 제출했다. 여전히 신랄했다.


웹소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클리셰(cliché)라고 한다. 클리셰는 문학, 영화 등 예술작품에서 너무 자주 사용되어 진부하고 틀에 박힌 표현이나 설정 혹은 이야기의 흐름을 말한다. 웹소설 독자는 새로운 세계관이나 철학보다는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주 소비층인 MZ세대들은 ‘막장 드라마’처럼 가볍게 읽히는 글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번 수업은 ‘버려요’와 같은 혹평은 받았지만, 웹소설을 이해하기 좋은 기회였다.


사실 웹소설 작가가 되려고 수강한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우리 신화 이야기 『니들이 신화를 알아?』를 완성하기 위해 서술 방법을 찾으려고 수강한 것이다. 8주간의 수업이 끝났다. 짧은 기간이지만 웹소설의 맛을 봤고, 내 글의 실마리도 잡았으니 성과를 거둔 셈이다. 우리 신화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고 그것을 정리하는 것이니 클리셰여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 됐든 젊은 수강생들의 틈에서 열심히 공부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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