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힘들었는지 입술에 물집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려니 했는데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심해졌다. 결국 물집을 다스리려고 약국에 갔다가 약국표시를 보고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독일약국 표식 (출처 : 픽사베이)
약국의 표시는 독일어로 약국을 의미하는 Apotheke의 첫 글자 A를 형상화한 것이다. 흥미롭다고 한 것은 A라는 글자 가운데 잔을 휘감고 있는 뱀의 모습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약국의 표시에 뱀이들어가다니....
약국 표시에 들어 있는 그림은 히게이아 성배다.
히게이아 성배 (출처:픽사베이)
Hygieia(히게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건강과 위생의 여신이다. 의학과 치료의 신 아스클레피우스(Asclepius)의 딸이기도 한데 큰 뱀에게 휘감겨 있거나, 큰 뱀에게 물이나 먹이를 주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히게이아 성배는 뱀이 잔에 담긴 물이나 먹이를 먹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건강과 위생의 신 히게이아 때문에 히게이아의 성배가 독일의 약국 표시에 들어간 것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히게이아, 1907년
히게이아는 왜 뱀과 그토록 친숙한 모습일까? 그녀의 아버지 아스클레피우스 때문이다. 아스클레피오스는건강한 뱀이 병든 뱀을 위하여 이름 모를 잎사귀를 물어다가 살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 모습을 보고 그는 약초를 알게 되어 상처를 아물게 하고 병을 낫게 하는 약을 개발하게 된다. 이때부터 뱀은 치유, 재생, 회복의 상징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에드워드 존 포인터, 아스클레피우스의 방문, 1880년, 런던 테이트 미술관
고대인들은 아스클레피우스 신전에서 하루를 보내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신앙을 가졌다. 그의 상징은 아스클레피우스의 지팡이로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면서 지팡이를 기어오르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아스클레피우스의 지팡이 (출처 : 픽사베이)
몸에 뱀을 휘감고 있는 여자가 히게이아라면 뱀이 휘감고 있는 지팡이를 지닌 남자는 아스클레피우스다.
뱀이 휘감은 지팡이를 지닌 남자가 아스클레피우스라면 뱀을 양손에 쥐고 좋아하는 이 아이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