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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도난 Nov 13. 2019

생각 따로 현실 따로

황당한 면접 결과

전직지원 교육을 받으면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퇴직 전 이미 글로벌 업체에서 그들의 합리적이고 객관화된 업무추진 방법을 경험하며 깨달은 것이 많았는데 이곳에서 또 하나의 경험을 쌓은 셈이다. 첫날 나를 담당 컨설턴트와 인사가 끝나자 그는 많은 질문을 던졌고 우리는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그 뒤 이력서 구성하는 요령을 설명하고 직접 작성하게 했다. 초안이 만들어지자 경력에 대해, 성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강점이 잘 드러나도록 여러 차례에 걸쳐 이력서를 수정했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정성을 들여 만들어진 결과물을 읽으며 랐던 나를 보는 것만 같아 잠시 나르시소스처럼 자기도취에 빠지기도 했다. (이때 만든 이력서는 훗날 구직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참고한다며 너도나도 챙겨갔다.) 음 단계로 컨설턴트는 헤드헌팅 업체에 등록하는 것을 도와주고 구직활동 요령이라든지 면접에 임하는 자세 등을 설명하는 한편 관련 자료들을 수시로 제공했다.


전직지원업체의 도움을 받고도 새 일자리를 구하는데 실패했다.



나름대로 준비를 철저히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전직지원업체와의 계약기간인 6개월이 지날 때까지 새 일자리를 구하는데 실패했다. 스스로 능력이 있다고 믿었고, 세계 유수의 전직지원업체의 도움도 받았지만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했던 것이다. 황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없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회사를 떠난 지 1년여 만에 낯선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이 왔다. 견업체와의 면접 제안이었다. 기꺼이 응락하고 약속한 날에 회사를 방문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회사였고 사무환경도 훌륭해 보였다. 면접장에 들어서자 사장을 위시해서 몇 명의 임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면접은 거의 2시간 가깝게 진행됐다. 처음에 긴장됐던 마음도 시간이 갈수록 여유가 생기며 그들의 질문에 륭하게 답변했다고 생각했다. 접을 마치고 회사를 나서로소 피로가 물밀듯 밀려왔다. 무척 긴장했던 모양이다.



헤드헌터에게 면접 끝다고 전화다. 전화를 받는 그의 목소리는 무척 밝았다. 약간 흥분해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렇잖아도 궁금해서 인사책임자 하고 통화했습니다. 경력도 맘에 들고 면접도 잘했다며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더군요."


며칠 후 헤드헌터가 몹시 화가 난 목소리로 다시 락을 해왔다.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허, 참! 면접도 잘했고 경력도 맘에 든다더니 채용은 엉뚱한 사람으로 결정했다네요."

"무슨 말이죠?"

"사장이 별도로 추천받아 논 사람이 있었나 봐요. 그 사람으로 결정했답니다. 그럴 거면 왜 사람 불러다 놓고 면접 본 건지...."


그는 채용대행 수수료가 날아가서 화가 났겠지만 나는 손아귀에 들어오던 일자리를 빼앗긴 기분이었다. 그뿐인가? 자존심에도 실금이 갔다. 그렇다고 어쩌겠는가? 회사에서 그렇게 결정했다는데....



면접에서 실패한 충격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탈락했다는 사실에 분노마저 느꼈다. 하지만 세상이 내 편이 아닐 거라는 생각 하 않았다. 그저 이 없었을 뿐이라고, 세월이 약이라 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잊힐 거라 애써 자위했다.


그 후 또 다른 헤드헌터로부터 입사지원 제의가 들어다. IT벤처기업에서 시작하여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회사였다. 대표이사는 내가 다니던 회사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었는지 면접 중간중간에 회사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곤 했다. 그의 비난 가운데 상당수는 잘못된 정보에서 기인한 것이었지만 일일이 바로잡을 수는 없었다. (그랬더라면 면접이 아닌 논쟁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면접 결과는 지난번과 비슷했다. 경력, 면접태도 모두 좋았고 특히 대표이사와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어 좋은 인상을 남기고 왔다면서도 취업에는 실패한 것이다. 이 회사 역시 대표이사가 별도로 추천받아놓은 사람을 채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면접에서도 실패하면서  이미 흠집이 난 내 자존심은 욱 깊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생각이 달라다. 미 은퇴를 경험한 사람에게 세상은 호의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든 것이다. 내 경력이 내가 생각한 것만큼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생 2막을 받아들이고 삶의 방향을 바꿔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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