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맨날 집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학교 친구 엄마들 모임에도 종종 초대받고, 평일 오전에 운동 강습을 받기도 했죠. 일을 한다는 사실은 제 입으로 굳이 말하지 않으면 주변에서는 모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워킹맘이라면 응당 사무실 출근을 하느라 바쁠 텐데, 저는 맨날 집에 있는 엄마니까요.
집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어떤 일을 하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디자이너나 번역가 같은 직업을 상상하는 듯해요. 하지만 저는 프리랜서가 아니고, 회사에서 일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지요. 한국에 지사가 있는 게 아니고, 그냥 회사에 계약직으로 고용되었는데 제가 우연히 한국에 사는 것뿐입니다. 예전에 홍콩에 살 때도 같은 회사에서 원격으로 일을 했었고요.
이런 사정을 말하면 다들 신기하게 생각합니다. 시차가 있기에 미팅이 없는 이상 하루 중 아무 때고 일하면 되고, 오늘 사정이 생겨 일을 많이 못 했으면 다음 날 더 많이 하면 됩니다. 아무래도 흔한 업무 형태는 아니라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겠지요.
어머, 그렇게도 일을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더라고요! 이렇게 어영부영 재택근무 워킹맘만 10년이 넘어가거든요. 연마다 세금도 열심히 내고,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엄연한 근로자랍니다. 맨날 집에서 죽치는 집순이 엄마 같지만, 겉모습과는 달리 하루하루 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고군분투 중입니다.
그러다 하루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남들은 할 수 없는 이야기 아닐까?'
'미국' 회사지만 한국 집구석에서 '재택'으로 일하는 '워킹맘'이라는 것. 예전에는 집구석에만 앉아서 일하는 자신이 지겹기만 했는데,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멋진 오피스룩을 입고 동료들이 있는 사무실에 나가는 대신, 미국 동료들이 퇴근할 때쯤 눈곱만 간신히 떼고 모니터 앞에 앉아 업무를 시작하는 일상.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