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일하기 싫어서 (...) 써보는 영어공부 2탄.
1탄은 여기에:
https://brunch.co.kr/@yjeonghun/203
영어에서 '우리(we)'라는 표현은 잘 안 쓴다고?
어릴 적 영어 공부 할 때, 한국에선 '우리 엄마'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MY mom'이라고 해야 한단 걸 배웠었죠. 미국서 오래 살다 온 친구가 약간 어설프게 '내 엄마가 그러는데...'라고 말할 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따지고 보면 내 엄마가 맞는데 왜 외동인 친구들마저 '우리' 엄마라고 할까요?
그래서 'we'라는 말은 영작을 할 때도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들 배웠습니다. 하지만 미국 회사 1n년 차, 의외로 'we'라는 말을 매우 자주 쓰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어요. 제 판단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 미국인 동료들이 하는 말을 듣고 따라 하게 된 습관입니다. 물론 상황을 잘 맞추어 써야 하지만요.
1) 개인적인 'we' - 미국은 가족 중심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휴가를 가거나 무슨 일이 생기는 경우 'we'를 주어로 많이 씁니다. 예를 들어 "잘 있었어? (How are you?)"라고 물으면, "응, 잘 지냈어. (I'm doing great.)"라고 한 뒤, 이런 식으로 말을 붙여 쓰는 경우가 흔합니다. "주말에 친구 보러 LA 가기로 했어. (We are off to LA this weekend to see our friend)." 배우자든 파트너든, 함께 일상을 꾸리는 사람을 자기소개할 때 미리 얘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이 사람이 we라고 하면 누구를 말하는 거겠구나 짐작할 수 있죠.
2) 업무적인 'we' - 이건 일하면서 뒤늦게 알게 된 용례인데요, 우리 회사, 우리 팀 전체를 가리킬 때 대내외적으로 무진장 많이 씁니다. 예를 들어 우리끼리 회의를 할 때, "미팅 로그는 어디에 업로드하면 되지? (Where do we upload the MOMs?)" 이런 식으로 흔히 말하고요, "회사 툴에 그런 게 있었다고? (Do we have that in our system?)" 이런 말도 종종 씁니다. 외부에 보내는 이메일에도, '저희 이런 사람들입니다'라는 의미로 "Hi, we're reaching out from [회사 이름]." 요런 식으로 많이 쓰죠. 저는 상사와 미팅할 때도, 외부 파트너업체와 미팅할 때도, 또 고객사나 외부 업체에 컨택할 때도 거의 뺴 놓지 않고 we를 씁니다. 정말 나 자신, 내 업무를 가리킬 때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I를 써야겠지만요.
한국어로도 '우리가' '저희가'라고 쓰는 상황에서 얼추 들어맞는 것 같아요.
~인 것 같아요
한국인들의 입버릇 중 하나.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 친구 덕분인 것 같습니다."처럼 '~같다'는 표현, 참 많이 쓰지요? 엄밀히 말해서 사용하기 부적절한 때조차 말을 부드럽게 하려는 의도로 많이들 씁니다. 저도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로 100% 확신이 없을 때는 그 어투를 살려 주는 것이 영어에서도 중요합니다. 특히 원인까지는 정확히 모르더라도 일단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관찰해 보니 어떻더라,라는 의미로 쓸 때는 다음과 같은 표현을 많이 씁니다.
- It seems that...
- It appears that...
"There appears to be an error in the system. (지금 시스템 상에서 보이기로는 에러가 난 것 같아)"라는 식으로 말이죠. 반대로 아주 적확하게 지적을 하거나 원인을 파악했을 때는 상대에게 이런 말을 해 줍니다.
- You are spot on. (오, 정확해)
어떤 정보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일치하거나 다른 점이 없을 때는 다음과 같이 얘기하면 좋죠.
- It is consistent with our data.
- It aligns with our data.
타이밍에 관련하여
일처리를 하다 보면 많이 쓰는 표현들입니다. "(이제까지는 안 그랬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라고 할 때, Moving forward라는 표현을 참 많이 씁니다. "Moving forward, we'll copy the director in these email threads. (앞으로는 이메일에 디렉터도 CC 하도록 하자.)" 이런 식으로 말이죠.
언젠가는 논의해야 하는 일인데 당장 해결하기는 어려운 일들이 있죠. 언급하며 이런 식으로 말하면 좋아요. "This is not something we can tackle right away, but some time down the road." '당분간은'이라고 할 때는 'In the meantime'과 'in the interim'이 쏠쏠하게 쓰이고요. "I reached out to the client for clarification. In the meantime, please do not make any changes. (고객사에게 정확한 정보를 달라고 했으니, 아직은 업데이트하지 마.)"
이슈 관련하여
지난번에도 좀 썼던 주제지만, 아무래도 회사 일이 대부분 이슈가 터지면 이를 수습하는;; 일이다 보니 여러 유용한 표현들이 많습니다. 다음 대화를 볼까요?
팀원: An issue popped up. (갑자기 이슈가 생겼어요)
팀장: Thank you for flagging it. (알려줘서 고마워.) I'll look into it. (내가 자세히 살펴볼게.)
팀원: I'll dig around a bit more, and let the rest of the team know for visibility. (저도 좀 더 살펴보고, 다른 팀원들에게도 알릴게요.)
팀장: Sure, I'll spot check the data later. (응, 나도 나중에 데이터를 살펴볼게.)
이때 for visibility는 다른 팀원들이 꼭 관계된 것이라서 알린다기보다는 상황 돌아가는 걸 알면 좋으니까 알린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또, spot check은 한 줄 한 줄 살핀다는 의미가 아니라 건너뛰어 가며 샘플링으로 훑는다는 뜻이죠.
그 외, 잡다한 재미난 표현들!
- If you have some bandwidth... (너 여유가 좀 된다면...): 뭔가 부탁할 때 매우 유용한 표현이지요. "Do you have enough bandwidth to take on another project?"
- to cover all bases (빠진 부분 없이 체크하려고): 야구의 그 베이스 맞아요. 빠진 사항이 없는지 확인할 때 좋습니다. (베이스 안 밟고 가면 아웃..) "Let's double check the spreadsheet just to cover all bases."
- Let's touch base next week to finalize the details. (세부 사항은 다음 주에 잠깐 만나 마무리하자.): 잠깐씩 만나 서로 상황을 공유하거나 확인할 때, touch base라는 말을 동사로 써요.
- on the back burner / in the backlog (미뤄뒀어): 업무도 중요한 사안이 있고 아닌 게 있죠. 자꾸 미뤄두기만 했던 업무를 누군가 물어보면 "Sorry, it has been on the back burner for a while due to other priorities."이라고 대답하면 돼요. 요리할 때 국 같은 건 뒤쪽 화구에 놓고 뭉근하게 끓이며 신경을 덜 쓰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쉽게 외워질 만한 표현입니다.
- to keep the ball rolling (일을 진행시키다): 아주 원활하지는 않더라도 뭔가가 진행되면 쓰기 좋은 표현입니다. 최선은 아니지만 일단 일은 진행시켜야 하니 그렇게 하자고 제안할 때, "Let's go for it just to keep the ball rolling."이라고 하면 좋죠. 아니면 지지부진했던 프로젝트가 한 팀원 덕에 그나마 굴러가기 시작할 때, "Thank you for keeping the ball rolling."이라고 해도 좋아요.
- I'm feeling as sharp as a doorknob (나 완전 맛 갔어): 이건 좀 웃긴 말인데, 몸이 안 좋아서 약 기운에 몽롱할 때 쓰면 좋은 표현입니다. 문 손잡이는 엄청 뭉뚝하잖아요. 그런데 나 지금 문 손잡이만큼 샤프해, 즉 나 지금 맛탱이가 갔다고 말하는 겁니다. 캐주얼한 표현이지만 저는 고객사 사람에게도 들어 봤어요 :)
오늘 회사 미팅이 한 시간 넘게 있었는데요, 매일 쓰는 영어인데도 한 50분 넘어가면 머리가 백지가 되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어버버 하는 저 자신을 보고 현타(...)가 왔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화이팅! (...근데 doorknob 정도로 샤프하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