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매거진에서 매번 이야기하듯, 저는 미국에 있는 작은 회사에서 원격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직책상은 말단까지는 아니고 중간 관리자 정도 되지요.
그런데 뜬금없이 제가 관리를 하는 팀은 미국이 아니라 인도에 있어요. 인도 북부에 있는 11명짜리 팀인데요. 저는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 진행하지만 인도 팀은 사무실이 있기 때문에 열한 명이 모두 같은 사무실에 모여 8:30-17:30의 일정으로 일을 합니다.
저는 매일 이 팀과 이메일을 주고받고, 일주일에 한 번은 컨퍼런스 콜을 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이슈들 중 제 선에서 처리할 것은 처리하고, 더 높은 레벨의 관여가 필요할 경우는 미국 팀에 사안을 보고합니다. 지리적으로나, 위계적으로나 인도와 미국 중간에 위치하는 셈입니다. 사실 인도와 한국의 시차는 3시간 반이라, 미국보다 훨씬 비슷한 시간대에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미국보다는 인도 팀과 미팅을 잡기가 되려 더 수월하죠. 그래서 제가 한국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미국 회사 측에서도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듯해요.
미국 회사에 고용된 인도 팀?
미국의 회사들은 특히 고객 대응이나 IT 업무 등을 통째로 떼어내서 인건비가 저렴한 인도에 외주를 주곤 하는데, 우리 회사도 오랜 기간 이 팀을 고용해서 일을 함께 하고 있어요. 인도는 인적 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영어에도 익숙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계약이 많습니다. 저희도 직접 인도 팀원들을 구하는 게 아니라 미국과 인도 사이에서 인력을 조달해 주는 전문적인 회사가 있어 그 회사를 통해 모든 일을 진행합니다.
결원이 생기면 공고를 내고, 지원자 중 숏리스트를 추리는 것도 이 중간 회사의 HR팀이 합니다. 일단 2-3명의 후보자가 생기면 HR팀과 인도팀 팀장이 먼저 인터뷰를 하고, 괜찮다 생각하면 저와 미국에 있는 제 보스가 다시 인터뷰를 해서 최종 결정을 합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는 매우 니치마켓이기 때문에 동종 업계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 후보자는 거의 없지만, 시차가 있는 미국 회사에서 일해본 사람은 꽤 많더군요. 게다가 저희 회사의 경우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 관리 업무이기 때문에, 인도 낮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단 게 꽤 장점 같습니다. 콜센터 등의 일로 미국에 고용된 인도 사람들이 대개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러 온 많은 사람들이 우리 회사의 업무 시간이 마음에 들어 지원했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온라인으로 일을 하는 것이 보편화된 세상이라지만, 관리해야 하는 팀이 완전히 타국에 뚝 떨어져 있단 건 가끔은 쉽지 않게 느껴집니다. 원래 알던 사이도 아니고, 접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함께 일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요.
자립적인 팀 - 내가 할 일은?
인도 팀의 가장 큰 특징은 무지무지하게 자립적이라는 것입니다. A부터 Z까지 알아서 다 합니다. 특히 열한 명의 팀원 중 두 명은 저보다도 오래 우리 회사와 함께 일을 했기 때문에, 그동안의 히스토리며 변화를 잘 알고 있어요. 나머지 팀원은 1-2년 텀으로 바뀌기는 하지만, 이렇게 코어가 탄탄하기 때문에 팀이 잘 굴러갑니다. 신입 사원을 트레이닝시키고 업무에 투입시키는 것도 모두 팀장이 알아서 하기 때문에, 사실 제가 직접 팀원들과 소통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신입 인터뷰를 할 때는 제가 진행하기는 하지만, 사실 그때뿐입니다. 이메일을 주고받기는 하지만 모르는 점이 있으면 신입 사원은 우선 자기네 팀장에게 가기 때문에, 제가 직접 매니지하지 않아도 되죠.
이런 자립성 덕에 제가 편하기는 하지만, 문제는 중간 관리자로서 제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된다는 겁니다. 심지어 타국에 뚝 떨어져 있으니 말이에요. 스크린으로만 만나는 사이인 데다 (심지어 카메라도 늘 끄고 만납니다) 억양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제가 이들에게 뭘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는 늘 고민입니다.
그간 깨달은 몇 가지 팁
그래도 고군분투하다 보니 몇 가지 깨달은 점이 있긴 합니다.
1번, 팀장을 존중할 것.
인도 팀을 이끄는 팀장의 권위를 충분히 살려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팀이 그토록 자립적이고 마치 하나의 잘 기능하는 블랙박스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만큼 리더십이 탄탄하기 때문이지요. 팀장이 우리 회사와 쭉 일할 수 있도록 대우를 잘해주고, 무엇보다 미팅을 할 때마다 팀원들 앞에서 팀장의 권위를 확인해 주는 말을 하곤 합니다.
따지고 보면 제가 그들의 보스이긴 하니, 윗선에서 팀장을 인정해야 팀원들도 팀장을 잘 따를 수 있겠죠.
2번, 너무 많은 것을 바꾸지 말 것.
이미 잘 돌아가고 있는 팀의 프로토콜을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들은 어쨌든 외주팀이기에 제가 요구하는 건 무엇이든 따르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십수 년 간 원활하게 굴러가는 바퀴를 굳이 멈추고 기름칠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팀의 운영을 보다 효율화시키는 것, 팀을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제가 되도록 점진적으로 도입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다만, 변화는 크지 않아도 목표와 방향만큼은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전달하려 애씁니다. 제가 애매하게 굴면 지리적 격차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기 때문이지요.
3번, 소통을 위해 노력할 것
얼굴도 보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팀을 꾸리는 것에는 미스커뮤니케이션의 위험이 항상 존재합니다. 예전에는 스크린셰어 정도만 해 가면서 간단하게 회의를 진행했었는데, 요즘은 간단한 슬라이드를 만들어서 어젠다를 쓰고 논의 내용과 결론을 적어가며 모두에게 공유합니다.
신규 팀원이 있으면 팀장이 제공하는 트레이닝 말고도 제가 따로 팝 퀴즈 세션도 진행합니다. 업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회사 차원에서도 팀원들에게 관심이 있단 걸 보여주기 위함이지요.
4번, 공부할 것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좋은 보스가 되려면 전체를 보는 시각과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가장 필요한 듯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있던 권위조차 사라지겠죠.
예전에는 수동적으로 일했던 저인데, 인도팀을 맡고 난 뒤에는 예전 기록도 들춰보고 우리가 다루는 데이터에 대해 공부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슨 질문이 나오더라도 대답을 해 주려고 노력하고, 그 이슈가 우리 회사의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설명합니다. 그러려면 저의 준비가 필수죠. 여전히 가끔은 잘 모르는 질문이 나와 허둥대기는 하지만, 멀리서도 도움이 되는 관리자가 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원격으로만 십수 년을 일하며 느끼는 점은, 이 이상의 승진은 불가능하리란 것입니다. ㅠㅠ 미국에 있는 핵심 인력과도 소통하는 데 제한이 있고, 고객사에 실시간으로 응대할 수도 없는 저의 입장에서는 회사에서 짤리지만 않으면 감사하죠. 다만 인도 팀의 경우 다행히 제가 한국에 있기에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비록 타국에 있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