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상심리사 윤제학 Nov 11. 2022

긍정적으로 생각하란 소리 좀 그만해

억지웃음 짓지 말아요


 이제 더 이상 심리학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억지스러운 말을 하지 않는다. 

긍정은 단지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해석일 뿐 그 어떤 실제 사건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긍정적인 생각은 실패를 바꾸지 않으며 과거를 바꾸지 못한다. 

현재 내가 마주한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 실패도 성공도,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는 태도가 바로 심리학이 당신에게 권장하는 태도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실패와 성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이 말 또한 해석이다. 어떻게 보면 성공과 실패는 없다. 성공과 실패의 경계는 없고 그저 눈으로 보고 누군가가 자체적으로 해석하는 결과, 그뿐이다. 누군가 성공과 실패의 경계를 정한다면 그것은 주관적인 판단인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큰 의미가 없다. 판단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이지 않은 것이다. 그러한 판단과 같이 우리가 스스로의 인생 결과를 놓고 판단하는 것 하나하나가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유동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절대적인 성공과 실패는 없다. 단지 현상과 사건은 누군가의 생각과 말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불린다. 누구도 성공과 실패를 절대적으로 정의하지 못하고, 그렇기에 누구나 그 해석을 바꿀 수 있다. 누군가의 해석에 따라 항상 바뀌는 유동적인 것을 어떻게 기정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래서 성공과 실패의 실패의 실체는 없다고 한다. 실체는 없고 그저 보이고 인식하는 그대로일 뿐이다. 100점 만점의 시험에서 20점을 받았는가? 그것은 시험에서 20점을 받은 사건일 뿐이지, 실패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성공도 아니다. 또 실패와 성공의 어느 중간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20점이 낮은 점수라서 실패라고 생각이 드는가? 그러면 90점은 성공인가? 70점은? 이 정도는 괜찮은 편인가? 60점은? 이 정도는 실패라고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65점은? 64점은? 66점은?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모호해진다. 이런 모호한 기분은 본래 모든 점수는 그저 성공도 실패도 아닌, 그 점수일 뿐인데 우리가 그 점수에 주관적인 해석을 덧붙이려고 해서 겪는 혼란일 뿐이다. 겉의 포장지에 속지 말고 본래의 실체를 봐야 한다.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은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가 되었다. 그녀의 학술적인 업적을 보게 된다면, 그녀의 고졸의 학력을 실패의 범주라고 여길 수 없다. 이 사례는 각각의 사실은 그것만으로 전체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요리 실력이 형편없다고 해도 아무도 그것을 치명적인 단점으로 보지 않는다. 아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길 뿐이다. 세계적인 소설가가 산수에 서투르다고 해도 그것을 큰 단점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저 그 사람의 특성으로 여길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의 함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