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는 보지 말아주세요. 플리즈
얼마 전 인스타를 통해, 심리학과 관련된 웹 프로그램을 만들어 드린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DOqJ6uDEv2G/?img_index=1
심리학하는 놈이 갑자기 뭔 프로그램이냐, 코딩이냐 하겠지만,
제가 그런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약 3년 전의 일입니다.
저 혼자만의 속도로는 더 많은 사람을 돕기에 그 파급효과가 너무 작다는, 어쩌면 오만일지도 모를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여 제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지금 돌이켜보면 실로 부끄러운, 어찌 보면 이기적인 욕망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당시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스마트폰 앱이나 웹사이트였습니다. 저는 구조화된 심리치료 기법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자가 치료의 ' 흉내'라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혼자라는 한계는 명백했겠습니다만, 상담실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그저 끙끙 앓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보다는, 그것이 조금은 더 나은 풍경이 아닐까 하고 막연히 짐작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만 해도 AI 같은 것은 없었고, 개발이란 정말이지 손수 코드를 짜야만 하는 고행이었습니다.
과거 전기공학과에 다니며 C++를 배운 적은 있지만, printf로 계산기나 만들 정도의, 이를테면 교양 수준의 장난 같은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언어와는 또 다른, 컴퓨터의 언어 앞에서 저는 그저 어릿광대일 뿐이었습니다. 사실상 코딩에 대한 무지랭이 상태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이라는 몸부림을 계속했던 것은, 그것만이 당시 제가 가졌던 부끄러운 욕망을 실현할 유일한 길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간단한 버튼 하나 만드는 데도 버그는 수십, 수백 번씩 터져 나왔고, 저의 몸부림은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스타트업을 발견해 대표님과 미팅도 가져봤습니다. 실로 엄청난 흥분감이었지만, 당시의 저는 공공기관에 다니던 직장인이었고, 개인적인 상황 탓에 그 흐름에 합류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저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그렇게 흐지부지되었습니다. 다만 그때의 경험 덕분에 회사에서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손 하나 까딱 않고 하루 업무를 끝내는 의외의 이득을 얻기도 했습니다. 세상일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입니다.
한, 22년이었을까요. Chat GPT가 세상에 처음 공개되던 날이었습니다. 저는 스마트폰을 처음 봤을 때보다 더 큰 흥분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릴 적부터 신기한 것을 보면 참지 못하는 성정 탓에, 그날부터 유료 구독을 시작해 지금까지 거의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A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그것을 접한 후 배움의 시공간적 한계가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간이 없어 공부를 못 한다'는, 이제껏 저를 변호해주던 말이 무용해진 것입니다. 그러고 1년이 지나지 않아 GPT-4 같은 것이 나왔을 겁니다(기억이 흐릿합니다). 그건 이제 지식을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코딩을 직접 해주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세상의 속도란 이토록 빠른 것인가. 저처럼 코딩의 'ㅋ'자도 모르는 무지랭이마저 풀스택 개발 흉내를 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심리상담센터를 열며, 웹페이지를 직접 개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베타테스트 같은 건 제게 어울리지 않아, 그저 무지성으로 배포하기에 오류가 잦습니다. 이 글을 빌어 변명과 함께 양해의 말씀을 올립니다.
웹페이지를 만들며 다른 센터 홈페이지를 수없이 참고했습니다. 세상이라는 것이 으레 그런 것인지, 대부분의 홈페이지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사람들이 이런 내용을 궁금해할까?', '찾기도 전에 지치겠다.' 그것이 업계의 상식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제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웹페이지 외주 비용이 페이지당 최소 4만원이나 30페이지 정도의 청연의 홈페이지(https://chungyeon.netlify.app/)가 120만원이라 생각하면 막연히 비난할만한 것은 아닙니다. 근데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던 그래도 내담자의 입장에서 별로인 것은 그저 별로인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토스의 "금융을 상식으로", 애플의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라는 말을 이정표 삼기로 했습니다. 토스의 저 철학은 복잡한 지식도 쉽게 상식처럼 받아들일 수 있게 친절하게 만들자는 뜻입니다. 개발새발로 번역된 전공책처럼 불친절한 것은 죽은 지식의 생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그리고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이 말은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절실히 느꼈던 것입니다.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세세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힘듭니다. 더 많이 내담자를 생각해야 하고 내담자가 되어봐야 깎고 깎아서 단순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홈페이지를 만들다 보니 문득 이런 부끄러움이 들었습니다. '스스로의 괴로움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고 가정하는 것 자체가, 인간에 대한 얼마나 큰 오만인가.' 그 가정이 저를 몹시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만들게 된 것이 '내 마음 알아보기' 기능입니다(https://chungyeon.netlify.app/intake). 이 기능은 마음이 괴로운 누군가가 피로감 없이 쉽게 몇가지 응답만 한다면 스스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문제 때문에 힘든 것인지, 내면에 또 어떤 것들이 일어나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리고 이에 대해 심리상담을 받으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인지(이 또한 상담 업계에서 너무 가려진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기대 효과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기능 입니다.
이 기능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기에 누가 얼마나 쓰는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제 사비로 나가는 AI 사용료를 보며 어렴풋이 짐작할 뿐입니다. 다만 단 한 사람이라도, 이 작은 기능 앞에서 잠시나마 인간으로서의 고통을 덜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는 충분한 것이 아닐까, 하고 저는 가만히 생각할 따름입니다.
홈페이지란 "이보시오, 여기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이니 알아서 찾아보시오."가 아니라, 웃는 얼굴로 "무엇이 필요하신가요?"라고 묻는 목소리여야만 했습니다. 그것만으로 괜찮아진다면, 굳이 상담까지 오시지 않아도 좋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타인의 시간이 귀한 줄 모르는 것만큼 오만한 죄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생각을 확장해, 인스타그램에 필요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무료로 만들어드리겠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한 선생님께서 직장인 번아웃에 대한 앱을 제안 주셨고, 3일 정도를 투자해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습니다.
버그는 하나를 겨우 덮으면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낡은 파이프관을 고치는 기분으로, 지금도 저는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완성되어 서비스되어 있지만, 아마 지금도 그 상태일 겁니다.
지금 번아웃에 관한 그 프로그램은 어쩌됐던, 왜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됩니다. 아마 이렇겠지요.
실제 완성된 프로그램>>> https://chungyeon.netlify.app/ai-coach/
네, 앞으로도 아마 계속 이런 상태일 겁니다. 저도 노동으로 돈 버는 노동자의 입장이지만, 누군가는 어리석다할지라도 돕는 것이 제 업이라 생각합니다. 일전에 일과 업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했었습니다(https://blog.naver.com/on_jeon_han/224012339490
저의 행보는 이렇듯 좌충우돌 어설픈 몸부림의 연속이겠지요. 전문가들의 세상에서 보면, 그저 가소로운 흉내 내기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낭비 같은 일을 계속 하고 싶은 건 왜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살갑게 먼저 손 내밀지는 못해도 마음이 힘겨운 사람의 곁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서 있으려는 것이, 저의 부끄러운 습관이라 그런걸까요.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어디 한구석에서 조용히 할 일을 계속해 나갈 따름입니다.
25년 9월 22일 새벽 3시 낙양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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