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보다 더 정확한 심리검사가 있다고?

안녕하세요 나는 누구세요?


벌써 2, 3년 됐나요.


꽤 많이 시간이 지났습니다만, MBTI 검사가 한창 유행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 사이에서 아직도 첫 만남의 어색함을 깨부수는 무기로 서로의 MBTI를 물어보는 걸 보면, 그 매력이 어지간히 대단한가 봅니다. 저도 일전에 MBTI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임상심리사가 MBTI 안 하는 이유 https://blog.naver.com/on_jeon_han/222750975802?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당시에는 MBTI가 인간을 너무 과도하게 네모 상자에 구겨 넣는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대중들도 이런 과몰입은 좀 곤란하다는 걸 아는 눈치입니다(요즘은 에겐, 테토 같은 것들로 넘어갔지만...).



제가 MBTI에 대해서 내내 부정적인 소리만 한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충격적이게도 오히려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낱 검사를 통해서지만, 결국 자신을 바라 보는 기회를 줬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입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우리의 삶에서 복잡한 세상을 보는 눈을 잠시 멈추고 긴 호흡으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순간은 잘 없으니까 말입니다.



MBTI는 한 인간의 성격을 대놓고 묻는 것입니다.



"MBTI가 어떻게 되세요?"


"INFP입니다."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이 질문은 사실 "당신은 성격이 대체 어떻습니까?"를 점잖게 돌려 말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INFP입니다." 라는 대답에는 '저는 내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성적이고 즉흥적이라, 현실감각은 좀 없지만 아무튼 착한 사람입니다' 같은 수많은 의미가 압축되어 있죠. 그러니 MBTI는 태생부터 인기가 좋을 수밖에요. 사실 따지고 보면 '심리'라는 건 항상 인기가 좋았습니다. 우리 어릴 적, 출처도 모를 심리테스트에 목숨 걸던 걸 생각하면, 인간이란 평생에 걸쳐 자기를 알고 싶어하고, 또 남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정확히는,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규정해버리고 싶어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자기를 이해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래야만 내 안에서 왜 이런 감정이 날뛰는지, 내가 왜 그딴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통제감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 말은 뒤집어보면, 우리는 결국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이 말은 대체 무슨 말일까요? 심리학적으로 심오한 이야깁니다. 다음에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아무튼, 어떤 유행이든 끝물에 다다르면 그 본질을 깊게 파고드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 면에서 MBTI는 자기 이해에 대한 갈증이 심한 사람들의 마음을 끝까지 채워주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사실 좀 됐습니다) 주목받는 것이 바로 기질성격검사, TCI입니다.



이 검사가 특별한 이유는, MBTI가 알려주지 않는 우리 마음의 두 가지 얼굴, 즉 타고난 '기질'만들어가는 '성격'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종합심리평가를 받게되면 받게 되는 검사 중 하나이기에 그 공신력이 한 몫 했지 싶습니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 MBTI와는 가닥이 다른 전문적 영역의 검사 입니다(그래서 정신건강 분야 전문가에게만 받을 수 있습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습니다. 거두절미 하고 먼저 검사 결과지(첫 페이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기질 성격 검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검사는 한 사람의 인성을 '기질'과 '성격'이라는 두 개의 큰 축으로 나누어 이해합니다. 여기서부터 MBTI와는 근본적으로 판이 달라집니다.



기질과 성격? 그거 그냥 그게 그거 아니냐 싶으실 겁니다.



"얘는 기질적으로 주도성이 강했어."


"어릴 때부터 혼자서 뭐든지 혼자 하려고 하더라니까?"


우리가 흔히 기질이란 단어를 쓰듯, 기질은 타고나는 성향을 말합니다.



반면에 성격은 우리가 살면서 배우고 경험하며 만들어가는 후천적인 인성을 말합니다. TCI 모델의 창시자인 클로닝거(C. R. Cloninger) 박사는 성격을 "성인기에 성숙하며,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통찰 학습을 통해 발달하는 것"이라고 어렵게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삶의 방향키를 잡는지(자율성),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연대감) 같은 것들이 바로 성격입니다.



기질에서는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 이 네 가지를 측정합니다.


성격에서는 자율성, 연대감, 자기초월. 이 세 가지를 측정합니다.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기질은 내가 세상을 만날 때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타고난 나의 반응 스타일입니다. 기질과 성격 검사에서는 네 가지 기질을 측정합니다.



첫째는 자극 추구로, 새로운 것에 얼마나 끌리는지를 나타냅니다. 이 점수가 높다면 "지루한 건 못 참아!"라며 늘 새로운 경험과 모험을 찾아 나서는 탐험가 스타일일 수 있고, 반면 낮다면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타입일 수 있죠.



둘째는 위험 회피로, 낯설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얼마나 불안을 느끼고 움츠러드는지를 보여줍니다. 높다면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지!"라며 신중하고 조심성이 많은 스타일일 수 있고, 낮다면 웬만한 일에는 걱정 없이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낙천가 스타일일 수 있습니다.



셋째는 사회적 민감성으로,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칭찬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냅니다. 높다면 "다른 사람들과 따뜻한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해!"라며 정이 많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스타일일 수 있고, 낮다면 주변의 평가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독립적인 스타일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 넷째는 인내력으로, 한번 시작한 일을 얼마나 꾸준히 밀어붙이는지를 보여주는 끈기의 지표입니다. 이 점수가 높다면 "어려워도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라며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성실한 노력가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성격은 의식적인 노력과 성찰을 통해 발달하는, 나의 가치관이자 삶을 살아가는 기술입니다. 기질과 성격 검사는 세 가지 성격 차원을 측정합니다.



첫째는 자율성으로,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라고 느끼며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책임감 있게 이끌어가는 능력입니다. "내 인생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어!"라는 믿음과 관련이 깊습니다.



둘째는 연대감으로, 나를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태도입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야"라며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협력하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마지막 셋째는 자기초월입니다. 자기초월이라는 개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니, 먼저 비유를 통해 설명해보겠습니다. 나 자신을 바닷속의 '물방울' 하나라고 상상해 보세요. 평소에는 '나'라는 물방울의 경계가 아주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단순히 하나의 물방울이 아니라 거대한 바다 전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때 물방울과 바다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나는 바다의 거대한 흐름과 하나가 된 듯한 일체감을 느끼게 되죠. 이 순간이 바로 자기초월의 경험입니다. '나'라는 작은 존재를 넘어, 더 큰 전체와 연결되는 느낌입니다. 기질과 성격 검사에서 말하는 자기초월은 바로 이러한 경험을 의미합니다. 평소 우리는 "내가 뭘 해야 하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처럼 '나'라는 좁은 틀 안에서 생각하고 느낍니다. 자기초월은 이런 '나' 중심의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 더 큰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순간을 말합니다. 이는 예술이나 자연에 깊이 몰입하며 감동하거나, 종교적 신념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모습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TCI검사를 왜 하나요?




MBTI가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잘 나온 '증명사진'이라면, TCI는 내 마음의 'X-ray 사진'과 앞으로의 '건강 계획서'를 함께 건네주는 것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MBTI라는 거울을 보며 '나는 이런 유형의 사람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곤 하죠. 하지만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계획적인 J인데, 왜 가끔 충동적으로 무너질까?" 혹은 "이게 정말 내 전부일까? 더 나은 내가 될 수는 없을까?" 같은 질문에 증명사진은 답을 못해줍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TCI 검사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TCI는 먼저 X-ray처럼 우리 성격의 가장 깊은 곳,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기질'이라는 뼈대를 비춰줍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나는 왜 유독 새로운 것에 설레었을까?' 혹은 '나는 왜 늘 사소한 불안을 안고 살았을까?'와 같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쑥 튀어나오던 감정들의 뿌리를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이것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타고난 고유한 특성임을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더 이상 나를 탓하는 대신, "아, 나에겐 원래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첫걸음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TCI의 또 다른 한 축인 '성격'은, 우리가 그 뼈대 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더 건강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건강 계획서'와 같습니다. "나는 내 삶의 방향키를 잘 쥐고 있는가?", "나는 다른 사람들과 진심으로 함께하고 있는가?" 와 같은 질문들을 통해 나의 인격적 성숙도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합니다. 만약 내가 타고난 기질 때문에 자주 넘어진다면, 성격의 어떤 근육을 키워야 더 단단하게 설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향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TCI는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당신이 어떤 사람으로 '되어갈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죠.



결국 MBTI가 나에게 '이름표'를 붙여준다면, TCI는 내 손에 '지도'를 쥐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어떤 땅 위에 서 있는지, 그 위에서 어떤 길을 걸어왔고 또 앞으로 어떤 길을 낼 수 있는지를 함께 보여주니까요. 혹시 자신의 마음에 대해 더 깊고, 더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다면, TCI 검사는 분명 그 여정에 아주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늘 반복되던 나의 감정 패턴의 이유를 이해하고, 더 성숙한 나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첫걸음을 떼고 싶으시다면, TCI로 마음의 지도를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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