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그림이 당신을 보는 것이다.
우연찮은 기회로
서울 일러스트 코리아를 다녀왔습니다.
어울리지 않게 그림이나 예술 감상하는 것을 좋아라 합니다.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마음먹고 간 박람회는 아니었기에, 대부분은 그냥 빠른 걸음으로 넘기는데, 유독 눈과 발걸음을 잡아끄는 것들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대라면 어찌저찌 몇 단어를 조합해서 그럴법한 문장을 만들어낼 수는 있으나, 그건 아마 진짜 저를 붙잡은 내면의 것은 아닐 것입니다.
라캉은 예술을 두고, 상상계와 현실계를 잇는 통로라하였습니다.
어려운 말은 집어치우고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왜 그 그림에 끌렸는지 말로 설명하려고 하면, "색감이 좋았어요" 라거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같은 그럴듯한 이유를 댈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건 정답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제 마음을 붙잡은 진짜 이유는 그런 단어들로는 표현할 수 없는, 더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였으니까요.
이런 경험을 이렇게 설명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볼 때 보통 두 가지 필터를 사용합니다. 첫 번째는 '이름표' 필터입니다. "이건 고양이 그림", "저건 슬픈 분위기"처럼 우리가 배운 단어로 세상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거죠. 두 번째는 '이미지' 필터입니다. "이 캐릭터는 나랑 좀 닮았네", "내가 꿈꾸던 풍경이다"처럼 이미지 그 자체를 보고 익숙함이나 호감을 느끼는 겁니다.
평소에는 이 두 필터로 충분히 세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특별한 작품은 이 필터들을 그냥 통과해버리고, 우리의 마음을 직접 '쿵'하고 때립니다.
이름을 붙이기도 전에, 어떤 이미지와 닮았다고 느끼기도 전에, 그냥 '어, 이건 뭐지?' 하는 날것 그대로의 느낌. 마치 길을 걷다 우연히 들은 노래 한 소절에 잊고 있던 옛 기억이 확 떠오르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처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을 건드리는 거죠.
아마 그날 당신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그림들은 바로 그런 작품들이었을 겁니다. 머리로 분석하고 이해하기 전에,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던 무언가를 직접 건드린 그림.
그래서 우리가 예술에 끌리는 이유는 꼭 대단한 지식이 필요해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수많은 작품 속에서 내 마음의 어떤 부분과 꼭 닮은, 그래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는 기쁨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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