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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머리 Aug 03. 2021

노래방 도우미와 함께한 1시간

카테고리   남자

건설회사 차장 놈 신림동 삼식이 그리고 나 삼겹살에 소주 4병. 사는 이야기 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셨네.

그놈은 성공했고 저놈은 이혼해서 개털 되고 쩌기놈 자식은 속 썩이고 밑에 놈 와이프는 참 좋은 여자고 오지랖도 넓다. 술이나 마시지 이젠 정치 대화까지 꼬부라진 혀로 나부렁 대며 한놈은 저쪽 당 한놈은 이쪽 당 서로 지들 당이 잘났다고 거들먹거리지만 그 당들이 지들 인생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아는지 금방 추고 서로 소주잔을 부딪치며 머를 위할지 모를 "위하여"를 외친다.

"1차 술값은 내가 낸다" 하기 무섭게 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온다.

"알았어 회사일 때문에 좀 늦을 거야."

급히 밖으로 나가서 전화받고 끊었다.

차장 놈이 "야. 너 2차 값 내기 싫으니 삼겹 값 미리 선수 치냐 치사한 놈아?"

저 시키 저번에 자기도 그랬으면서 계산 선수 친 나에게 짜증이다. 삼식이란 놈은 백수라

조용히 있구나. 술도 얼큰하고 기분도 좋다.

친구를 만나면 몸이 릴랙스 된다. 여지없이 우리는 건너편 노래방으로 갔다.

주인 여사장이 반갑게 방 번호를 알려주고 차장 놈이 도우미 불러 달랜다. 여사장이 몇 명이

와야 하냐고 해서

"남자가 셋인데 세명이요"

내가 선수 치듯 말하니 삼식이란 놈은 쾌재를 부르는 인상이고 차장 놈은 똥 씹은 표정이다.

고구마 세 놈이 조그만 룸에 들어가 앉으니 캔맥주 5개 마른안주가 들어온다. 삼식이란

놈이 자존심은 있어서 훔쳐온 지 마누라 카드로 들어오기 전 주문을 했다. 백 수놈이 간덩이가 소주 몇 병 마시니 부었나 보다. 집에 들어가면 먼 소리를 들으려고 그러는지 걱정이다.

캔맥주 주거니 받거니 마시면서 사는데 전혀 영양가 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 도우미들 세명이 들어온다.

고구마들은 순간적으로 도우미 얼굴을 보고 모든 것을 스캔한 후 맘에든 도우미를 자기 옆에 앉히려고 껄떡 인다.

그러나 껄떡이든가 말든가 알아서 각자 앉아버린다. 고구마들이 도우미 등장으로 힘껏 기분이 좋아 노래를 부른다.

도우미들이 나와서 함께 노래를 불러 주지만 80년대 중후반의 구린 음악이라 마지못해 박자를 맞추어 가며 분위기를 맞추려고 탬버린을 흔들며 노래를 불러준다.

삼식이와 나는 도우미와 함께 목 터져라 노래를 하는데 차장 놈은 도우미와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며 머가 그리 웃기는지 서로 크게 웃으며 대화를 하는데 노랫소리와 음악소리가 시끄러울 텐데도 즐거운 얼굴이다.

젠장맞을 노래가 빨리도 끝나버리네.

맥주가 없어서 더 시키자는 나의 말을 들은 도우미 중 한 명이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가서 주문을 한다. 삼식이 파트너가 요즘 나오는 들어 보지 못한 노래를 하면서 나와서 춤추란다.

어렵쑈  삼식이는 지 각시에게 전화가 왔는지 급 놀래며 부랴부랴 밖으로 뛰어 나갔다.

나도 혹시나 해서 전화를 보니 다행히 전화가 오지 않았다. 노래 부르고 춤추느라 힘들어 잠시 쉬는 시간이 되자 차장 놈이 이런 우리를 보고 지질한 시키들이라고 비웃는다.

불륜으로 가정 파괴되고  이혼당한 산 등신도 아니고 여자들이 명품 쇼핑으로 수십 수백만 원짜리 가방이나 옷을 사는 것과 같은데 그에 비하면 우리가 머가 문제냐며 악쓰는데 도우미들도 차장 말에 맞장구를 쳐준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니 실감 난다.

"그래 시키야 넌 쿨한 와이프 가져서 조크 따."

이젠 파트너가 없어지고 아무나 붙들고 노래 부르면 된다.

나는 탬버린을 두드리며 목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삼식이란 놈이 어디서 보았는지 술 안주인 김을 찢어 쪼가리를 낸 후 앞니에 붙이고 바보 영구 폼으로 실실 쪼개면서 머리를 갸우뚱갸우뚱 노래를 부르자 이에 질세라 차장 놈이 자기 넥타이를 풀고선 머리에 말아 묶고 마당쇠로 변신 후 테이블에 있는 티슈 한 장을 둘둘 말고 한쪽 콧속에 집어넣은 체 굳은 몸뚱이를 흔들면서 박자도 안 맞은 노래를 부르는데 대 빗자루만 들면 영락없는 술 취한 마당쇠다.

도우미들이 이걸 보고 입이 찢어져라 웃는데 어째 남자들이 오히려 여자들의 도우미가 된듯한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거미줄이 보이지 않게 처진 싸디 싼 싸이키 조명에 모두들 춤추고 노래 부른다.

이윽고 한 시간이 번쩍 지나자 방금까지 광란의 도가니였던 허름하고 낡은 사이키 조명이 꺼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도우미들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냉정 모드로 변한 후 리더 격인 여자가 더 놀 거냐고 묻자 차장 놈이 충분히

잘 놀았고 노래를 함께 잘 불러주어서 고맙다고 말한 후 끝냈다.

삼식이는 방금까지 천국이었다가 바로 호러모드로 변한다. 앞으로 조만간 닥칠 자기 와이프가 무섭나 보다.

"주유소나 편의점 알바나 대리기사라도 해라 시키야. 고생하는 니 각시 불쌍하지도 않냐?" 삼식이에게

말하려다 오지랖도 넓다. 너나 나나 근근도생 하루살이 인생들 도찐개찐 관둬라. 니 앞길 네가 해처 가고 각자도생에 우리 서로 만났다는 소리 절대 하지 말자.

카운터 앞에서 차장 놈이 계산하는데  우리처럼 가엾고 가련하며 가난하여 갈 곳이라고는 기껏해야 싸디 싼

노래방 밖에 없는 슬픈 고구마들이 머가 좋은지 왁자지껄 혀 꼬부라진 목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들어온다.

노래방 계단을 힘겹게 올라 밖으로 나가자 아까 맑았던 저녁 하늘이 그새 변하여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어느 누구도 3차 가서 한잔 더하자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방금까지 미친 듯이 놀았던 도우미 얼굴도 기억이 없고 노래방에서 머를 했는지 조차도 기억이 없다.

그저 집에 가서 쉬고 싶을 뿐. 이렇게 나와 친구들은 아무 일 없듯이 뿔뿔이 흩어져 인사도 없이 조용히 각자 집으로 간다. 깊은 밤 택시 차창 밖을 조용히 보노라니 스쳐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그들도 우리처럼 피곤한 몸을 이끌고 푸근한 집으로 가는 중이겠지.

세상모르게 침 흘리고 잠자는 아들과 예쁜 곰인형을 안고 새근새근 잠자는 귀여운 딸을 본 후

싱크대로 가 양손에 물을 살짝 묻혀 아까 도우미들의 화장 냄새가 베여 있을지 모를 부분을 눈치채지 않게 잘 닦은 후 베란다 빨랫줄에 겉옷을 걸어두었다. 물론 혹여 술냄새가 옷에 베여 있을지 몰라 창문도 살짝 열어둔 것도 잊지 않았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들어가 불도 켜지 못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화장실로 곧장 간 후 양치질을 하고 손발과

얼굴을 씻고 나와 와이프 옆에 누우려고 가는데 침대에서부터 강한 살기가 뼛속까지 느껴져 온몸이 스산해졌다.

조용히 장롱 속에서 얇은 요와 이불 베개를 들고 나와 죄인처럼 차디찬 거실 바닥에 눕는데 술

기운에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와이프는 아마 내가 들어올 때까지 TV를 보고 기다렸을 거다.

눈치껏 만진 거실 TV 브라운관이 아직 뜨겁다. 자존심 강한 여자라 회사일로 늦는다는 내

말을 믿어주고 두 번 전화하지 않고 기다렸을 것이다. 분명 지금 당장 나에게 큰소리치고

싶겠지만 아이들이 자고 있고 큰소리 쳐봐야 저놈이 취해서 헛된 일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조용히 오늘 밤을 보내고 내일 아침 저 개잡놈을 어떻게 죽일까 이를 갈며 잠을 청할 것이다.

아침이 되면 조목조목 따지겠지. 남편의 역할과 아빠의 역할 그리고 본인의 건강에 관해 내가

할 말이 없게 만들 것이고 난 남자들의 세계나 직장일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다는 별의

별 변명 아닌 변명을 대며 그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불가사의한 일은 매번

이래도 나와 그놈들은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만나서 또 같은 짓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고구마들의 비애인가? 혹은 비상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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