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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머리 Aug 08. 2021

옆집 남자

카테고리   남자

옆집 남자가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술을 마시고 늦은 밤에 귀가하니 짜증 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늦은 밤 옆집 부부가 싸우는 소리를 한 두 번이지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본인으로써 고역이라고 했다.

그들이 싸우는 이유가 이유 할 것도 별 다를 것도 없을 누구에게서나 일어날 수 있는 우리의 소소한 일상일 뿐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다.

침대 위 남자 옆에서 그의 팔 베개를 하고 누운 여자가 재미있는 듯  깔깔깔 웃으며

"자기가 가서 말리든가 조용히 하라고 해보지 그랬어"

그다지 남의 일이라 그렇게까진 싫고 그저 시끄럽다는 거라며 여자를 보며 제스처를 취하자 여자가

이제 초등 4학년인 아들 녀석이 돈 만원을 반나절도 안되어 써버린 것에 대해 기가 막힌 듯

"이 녀석은 PC방에서  죽치고 앉아서 게임하는데 내가 전화해도 받지도 않고 미친 듯이 게임만 해대니 열불 나서 죽겠다" 라며 아들 녀석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자가 짐짓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사랑스럽게 여자를 보며 4학년이면 철들었을 것이고 자기 생각이 있을 거고 말을 알아들을 나이니 조용히 불러서 대화해보는 것도  좋다며 이제 막 씻고 나온 듯 샴푸 냄새가

상큼한 그녀의 촉촉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말했다.

저녁 11시가 막 지날 무렵 아무 일 없듯이 태연히 집에 들어가니 아이와 TV를 보던 아내가 황급히 일어나 다가와 저녁은 먹었는지 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끄떡하며 짤막하게 대답을 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곧장 옷을 갈아입고 굳이 씻을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자연스러운 일상적 패턴 인양 씻으러 갔다.

어린 딸이 여태 잠을 자지 않고 있는 이유가 있었는지  씻고 나오는 아빠에게 쪼르르 가서 앙증스러운 목소리로 자기가 피아노 학원에서 선생님이 치는 건반 음계를 안 보고도 맞추었다며 선생님이 넌 절대음감

이라고 칭찬해 주셨다며 자랑했다. 옆에서 흐뭇하게 서있던 와이프도 즐거운 듯

"우리 딸 대단하네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렇지 여보"

수건으로 얼굴과 머리를 닦던 남자가 기뻐한 듯 딸아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늦은 밤이니 이제 가서 잠을 자라며 상냥하게 말하고  곧장 침대로 가서 누운 후 머리를 두리번거리다 팔을 쭉 펴서 TV 리모컨을

쥐고 TV를 켰다.

와이프는 아이를 재우려고 동화책 한 권을  빼들고 아이방으로 가서 나란히 누워 읽는다.

아이는 엄마의 푸근한 품속에서 책 읽는 목소리를 듣더니 방금까지 초롱 초롱한 눈빛이 슬며시 감기어

귀엽고 사랑스럽게 잠들어 버린다.

여자는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잠들어 버리자 할 일이 없어진 공허함에 불을 끄고 잠시 천정을 바라보았다.

컴컴한 천정에 은은하게 빛이 나는 야광 별과 달이 참 예쁘다.


잠시 새근새근 예쁘게 잠자는 아이를 보고 허리를 펴고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려는 듯하다 다시 뒤돌아 아이 옆에 누워 버린다. TV를 보고 있을 남자에게 굳이 갈 생각이 없는 듯 아이를 꾹 끌어안고 잠을  청한다.

아이는 놀이터에서 아빠가 그네를 밀어주는 꿈을 꾸고

여자는 연애 시절 별 희한한 미사여구로 자신을 유혹했던  TV를 보고 있는 남자와의 사랑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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