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모임에 다녀온 와이프가 어느 날부터인가 로봇청소기 노래를 부른다. 그거 사봐야 처음에나 좋게 보이고 편리해 보이지 시간이 지나면 필요 없어지고 무엇보다도 비싸기만 하니 사지 마라고 했다. 수년 전 스팀 걸래가 유행 일때 그게 좋다고 사고선 막상 몇 번 써본후 귀찮게 물을 넣어줘야 되고 진한 얼룩이나 오염은 닦지 못하고 별도로 작은 걸래로 직접 닦아줘야 하는 불편함도 있고 무엇보다도 무겁고 힘겨운지 세탁기 옆에 처박아두다 결국 딱지를 붙여 버렸던 경험이 있기에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다. 하지만 매사 깨끗하고 정갈한 와이프의 성격에 기계가 인간보다 더 부지런하고 잘할 거라는 믿음이 커서인지 기어이 와이프는 사버렸다. 놀라운게 가격도 엄청 비싼 것 같다.
소파에 앉아있으면 윙윙거리면서 이리저리 다니는데 여간 신경 쓰인다. 이것은 TV장 밑으로 들어가면 걸려서 꺼내줘야 하고 현관 입구 바닥이나 화장실 바닥으로 떨어져 헤매고 있고 어쩌다 애들방 침대 밑으로 들어가 먹다 버린 작은 과자 비닐 봉투가 괴로운지 호흡도 못하고 구해달라고 끽끽대며 발광하기도 하며 식탁밑으로 들어가 식탁과 의자 다리 함정에 빠져 실컷 빙빙 도는데 충분히 나올 공간이 생겼음에도 다시 후진하여 스스로 미로에 빠져 헤매다 어찌 어찌하여 겨우 기어 나오는데 그걸 보노라면 단순 기계일 뿐이지만 와이프 들으라고 진짜 멍청한 놈이라고 비웃었다. 안그래도 비싼 돈주고 사고서 잘샀다는 확신을 스스로 만들어 자기 위안을 하려는 와이프는 내가 이리 말하니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냐며 짜증 내는 데 그것으로 약간 다투었다. 아무튼 윙윙거리며 정처 없이 수십 분 싸돌아다니는 로봇이 보기 싫어 새침한 와이프 보란 듯이 오래됐지만 아무 이상 없는 일반 청소기 들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방을 청소해 버렸는데 5분도 안 걸리고 모터 파워가 있어 구석구석 다 끝내버렸다. 로봇 청소기는 김삿갓이 되어 아직도 쉴만한 주막도 없는 좁은 거실 안을 정처 없이 싸돌아 다니는데 저 녀석은 피곤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좀 더 깨끗해진 집에서 살고자 하는 의욕이 앞섰던 와이프도 며칠 지나자 비싼 가격 대비 별 볼 일 없거니와 안 그래도 좁은 거실 한 귀퉁이 차지하고 알 박기하고 있으니 더 거추장스럽게 느꼈나 보다.
좀 지저분하다 싶으면 저렴한 국산 일반 청소기 번쩍 들고 드륵드륵 빨리 처리해 버리는 게 더 깔끔하고 좋은지 세상 물정 아직 모르는 불쌍한 처제에게 전화해서 70프로에 좋은 로봇청소기 팔테니 사라고 선심 쓰듯 사기 친다. 아는 사람들에게 눈탱이치고 눈탱이 맞는다더니 형제고 자매고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