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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바웃해봄 Sep 13. 2021

퇴고하지 않는 초고의 끄적끄적

일단 많이 쓰기만 할까 봐요

작년의 작가 pick은 대도시의 사랑법의 '박상영 작가', 올해는 '임경선 작가'라고 말하겠다.


그녀는 '요조' 인스타를 보고 알게 되었다.  생머리의 수줍은 얼굴을  그녀는  많은 강연을 요조와 함께 하고 있었다.  유명한 듯싶어서 외면하였는데, 우연히 보게   '태도 관하여' 읽고 그녀의 매력에 퐁당 빠졌다.  


넘쳐나는 힐링 메시지와 당신은 특별하다는 사회적 강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들 속에서 그녀는 그런 삶을 말하지 않는다. 인생은 특별하지 않고 힘드니 자신을 잘 단속하면서 어제보다  조금 괜찮은 나로 살아가면 된다고 시크하게 말한다. 그런 냉냉한 삶의 시선이지만 ‘로맨스’를 사랑하는 그녀. 여기서 찌찌뽕! 나도 사랑이야기가 참 좋다.


 그녀는 몸이 아파서 13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주 적은 체력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재능이 가장 큰 재능일 거 같은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한다. 작가는 재능과 노력과 운이 있어야 한다면 운도 많이 도와줬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직장인으로 살았던 경험을 살려 글쓰기를 일처럼 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나는 온라인을 쳐다도 안 보았을 것이다. 결혼 전 컴퓨터 관련 일을 했기에 다시는 컴퓨터를 켜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고 다짐하면서 스마트 폰의 사파리 세계만으로 충분히 만족을 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의도치 않게 다시 온 택트가 되었고, 여기서 나는 이전과 다르게 꿈을 찾아가고 있다.  


어린 시절 라디오 방송작가가 되고 싶었다..'별이 빛나는 밤에', '고스트 스테이션' , '배유정의 영화음악' 등 심야 라디오를 즐겨 들었다. DJ의 말솜씨보다 프로그래 인트로의 방송 작가가 써주는 부분이 좋았다. 방송작가라는 어설픈 꿈이 있었지만, 실현시킬 생각은 하지 않았다. 책은 좋아했지만 언어는 싫어했고, 글은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재능이 없기 때문에 쳐다도 보지 말아햐 하는 올려다볼 수 없는 나무였다. 너무나 선망하는 분야여서 재능이라는 이름으로 범접 못하는 신성한 울타리 안에 넣었두었던 것 같다.


문학과는 전혀 다른 직업을 택하였지만 창작을 하는 건 동일했다. 창작물을 산 소비자가 생기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론칭 후 수익은 있었지만 작품적으로 쫄딱 망했고, 업계에서는 그 분야 자체를 죽인 실패의 아이콘이 되었다. 변명을 하자면 신입 시절이었고, 팀장도 없이 팀장의 몫을 해야 했다는 것. 그 뒤로 나는 창작물을 생산하는 사람은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가득 찼다. 창작은 매번 두려웠고, 유저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건 벌겨 벗겨진 채 온몸으로 채찍을 맞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다시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브런치를 비롯 블로그의 글을 쓰면서 맨 몸의 나를 다시 노출시키고 있다. 그때와 다르게  안티는 없고 선플이 많이 달린다. 인터넷 문화가 많이 바뀐 탓도 있겠다. 나이가 들었는지 글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작가들의 글이 예전만큼 천상계의 글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꽤 많은 사람이 재능과는 무관함 꾸준함으로 작가가 되는 것을 보면서 창작의 두려움과 재능 없음 보다 끈기의 용기가 스멀스멀 생긴다.



임경선 작가를 보면서 '작가'를 직업으로 선택해도 된다는 유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쓰기 작법을 많이 공부한 사람이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재능만 갖고도 작가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작가의 꿈을 다시 떠올린 건 내가 가장 몰입하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만날 사람도 없고, 체력도 돈도  없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생각해보니 글쓰기를 할 것 같다. 그만큼 하고 싶은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글을 자꾸 쓰면서 알게 된 것이다. 일단은 많이 써보면 좀 더 확실해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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