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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바웃해봄 Aug 02. 2021

나는 왜 쓰려하는가?

밀도 있는 삶에 대한 동경



-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막힌 삶을 글로 뚫으려고 애썼다. 글을 쓴다고 문제가 해결되거나 불행한 상황이 뚝딱 바뀌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줄 한 줄 풀어내면서 내 생각의 꼬이는 부분이 어디인지, 불행하다면 왜 불행 한 지, 적어도 그 이유는 파악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후련했다. 낱말 하나, 문장 한 줄 붙들고 씨름할수록 생각이 선명해지고 다른 생각으로 확장되는 즐거움이 컸다. 또한 크고 작은 일상의 사건들을 글로 푹푹 삶아내면서 삶의 일부로 감쌀 수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이 견딜 만한 고통이 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일임을. 혼란스러운 현실에 질서를 부여하는 직업이지, 덮어두거나 제거하는 일이 아님을 말이다. 


- 일상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기. 글 쓰기 라는 장치를 통해서 나는 세속화시키고 호기심을 무디게 하는 것들과 잠시나마 결별할 수 있으니, 관성적 생활 패턴에서 한 발 물러서는 기회만으로도 글 쓰는 시간은 소중하다. 


- 나만의 언어 발명하기. 이것이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까닭이다. 다만 내가 나를 설명할 말들을 찾고 싶었다. 나를 이해할 언어를 갖고 싶었다. 뒤척임으로 썼다. 쓸 때라야 나도 살 수 있었다. 산다는 것은 언어를 갖는 일이라며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을 기억했다. 




<글쓰기의 최전선> 발췌문들이다. 이 책은 글쓰기 교본 책 중에 하나이다. 시작하기 전에 왜 글을 쓰는가의 서술문들이다. 그녀는 30페이지에 걸쳐 왜 쓰는가에 대해 담아냈다. 은유 작가의 말들은 보통의 어휘를 쓰지만, 자신만의 문장을 만들어낸다. 그녀의 글은 읽기도 편하고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들이 잘 전달된다. 나도 왜 쓰는가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다. 겨우 한 줄짜리 문장이 나오긴 나왔는데.. 


다섯 문장 쓰기 첨삭을 받은 적이 있다. 첫 문장을 제시되면 나머지 네 문장을 채우는 것이다. 네 문장 정도야 껌이라는 생각으로 진행했지만 하루 종일 낑낑대다 제출을 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첨삭하는 선생님한테 질문을 던졌다. 하루 종일 걸리더라도 고민해서 네문장을 써야 하는 것인지 써지는 대로 그냥 써서 내도 되는지. 당신만 그렇게 힘들게 쓰는 것이라고 하면 난 글쓰기를 그만 둘 참이었다. 재능의 저주에 걸려 있었기에 술술 써지는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겨우 네문장도 못 끄집어내는 정도라면 절필을 선언해도 벌써 했어야 하는 실력이다. 선생님은 문장을 고민하고 재배치하며 주술어를 맞추고, 논리력을 갖춰야 하는 연습을 통해 글은 잘 쓰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원래 끙끙대면서 쓰는 것이 맞다고 말해주었다. 약간의 위로도 되었지만 여전히 재능의 저주는 풀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 천일 쓰기를 완성한 분을 만났다. 본인은 울면서 썼다고 한다. 눈물만 났을까 싶다. 3년 넘게 매일 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만났을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나도 괜히 도전해보고 싶다. 그분의 블로그에 올라온 첫날 썼던 글을 시작으로 그녀의 글들을 보게 되었다. 일기 형식에 가까웠다. 이분은 그 긴 시간 동안 자신 안에 있던 수많은 경험과 내용을 털어내고 있었다. 글은 길지 않았지만 점점 밀도 있는 문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블로그를 보다 보면 종종 글쓰기에 대해 쉼을 이야기한다. 타인에게 보이는 글 위주로 쓰다 보니 지친다는 내용이 주였다. 글이 어디를 향해 있느냐도 중요한 듯하다. 보이는 글과 내면을 향하는 글을 적절해 게 믹스해서 써야겠다. 신기한 건 블로그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는 글보다 내 글이 아직은 많이 안 알려진 브런치에 좀 더 솔직한 생각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브런치가 승리다. 블로그 쓰다가 '브런치에 집중하고 있어요'라는 사람들이 생기는 이유를 알겠다. 


여기서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다섯 문장을 통해 배운건 문단을 고민해 보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잘 써지는 글인지는 아직은 모른다. 문장을 만들면서 촘촘히 밀도 있는 문단을 구성해 가는 것.  그리고 나만의 언어를 찾아내는 것. 삶도 문장처럼 그렇게 나만의 언어로 밀도를 채우고 싶다. 어쩌면 글과 삶은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결론은 잘 살고 잘 쓰고 싶다인 듯 ㅋㅋㅋ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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