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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바웃해봄 Oct 25. 2021

브런치 북 제작의 기쁨과 슬픔

브런치 북을 만들면서 알게 된 10가지

<제9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가 지난 일요일에 끝이 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기간에 맞춰 응모를 하지 못했다. 핑계를 되자면 브런치 북에 대해 처음부터 관심이 없어서, 준비기간이 짧았고, 주제 선정이 어려워 여러 번 초고를 엎었고, 가장 중요한 건 미루고 미루고 미루는 미루기 신공이 글쓰기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알고 배우게 된 프로젝트였다. 그것도 10가지나!! 모든 경험이 기록이 된다는 브런치적 정신을 발동시켜 브런치 북을 만들면서 느낀 것들을 정리해 본다. 


1. 일단 쓰자

장르에 상관없이 글은 일단 써야 한다. 그래야 내가 어떤 것을 잘하고 못하는지,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견적이 나온다. 소설로 치면 매거진은 단편이라면 브런치 북은 장편에 속한다. 쓰기 전에는 다 같은 글쓰기라고 생각되지만 쓰게 되면서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몇 편을 쓰다 보면 아차! 하는 순간이 온다. 미리미리 준비해둘걸 게으른 과거의 나를 탓해본다. 




2. 출판을 염두한 기획을 해본다. 

 브런치 북은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신의 글에 대한 기획력이 필요하다. 어떤 걸 써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주제가 필요하다.  소개글과 독자층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긴 호흡의 글을 시리즈로 끌고 갈 수 있는 뼈대가 되고 힘이 된다. 미니 출판의 경험이랄까. 그래서 출판사들이 많이 기대하는 공모전이기도 하다. 




3. 초고에 힘쓰지 말자.

나의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1편을 부여잡고 완벽한 한편을 쓰기 위해 1주일의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다음 편을 쓸 힘이 떨어져 계속 글은 미루어졌다. 내가 만약 10편을 준비했다면 일단은 10편의 초고를 모두 써 놓고 수정 시간은 따로 가져야 한다.  최대한 빨리 쓰고 진도를 빼는 게 중요하다. 글은 수정할수록 좋아지기 때문에 완벽이란 없다.




4. 글쓰기 스케줄을 만들자.

 정해진 시간 안에 쓰고자 하는 글쓰기 목표치를 설정한다. 2시간 안에 3천 자를 쓰기로 했다면 최대한 지키도록 한다. 스케줄 없이 진행하다 보면 성과도 없이 하루 종일 글쓰기에 매달리게 된다.  focus to do 앱을 추천한다. 타이머와 to do 리스트가 적절하게 조합된 베스트 앱이다.  글쓰기 진행의 가장 좋은 Tip은 스스로에게 마감을 주는 것이다.  



5. 자료조사는 미리미리 하자.

앞에도 말했지만 공모전을 낼 준비를 미리 하지 않았다.  소재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부동산 관련 글을 쓰고자 했다. 급하게 소재를 잡고 자료 조사를 하려니 시간이 많이 걸려서 글에 진행이 더디어졌다. 캡처하고 찾아보고, 인덱스 정리하다  에버노트까지 활용하게 되었다. 좋은 앱도 많이 나왔다. 다양한 메모 툴을 활용하여 자료조사를 하는 걸 적극 추천이다.  



6. 글이 안 써진다면 장소를 바꿔보자.

글이 잘 안 써진다면 장소를 변경해서 써 보는 걸 추천한다. 리프레쉬되는 느낌도 있고 1%의 어딘가 숨어 있던 작가주의가 발동하여 집중도 잘 된다. 의외로 좋은 카페를 찾게 되어서 공간을 찾는 희열도 느낄 수 있다. 




7. 장문을 쓰는 힘이 생긴다. 

작년에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500자도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블로그와 다르게 브런치는 글 양이 많다. 브런치 북을 준비하다 보면 하루에 써야 하는 분량도 상당하다. 확실히 장문을 쓰는 힘이 생긴다. 500자도 힘들었지만 3천 자 정도는 자연스럽게 쓸 수 있게 된다. 전업 작가들은 하루에 최소 5천 자에서 10000자를 쓴다고 하는데 전업 작가도 아닌데 3천 자 정도면 훌륭하다고 본다.  




8.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게 된다.

소재를 찾다 보니 내가 무엇을 좋아했고 관심 있었는지 다시 한번 알게 된다. 잊고 있던 인생의 조각을 하나씩 찾는 느낌이랄까. 브런치 북은 시리즈로 긴 호흡을 갖고 가야 하는 것인 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뿐이 없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동안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게 되고 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진다. 이번 브런치 북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수확이다. 




9. 체력은 필력이다.

이 말을 절실히 느끼는 시간이었다. 촉박한 마음에 며칠 밤을 새워서 작업을 했더니 바로 컨디션 난조가 와서 일주일간 글을 쓰지 못했다. 이런 바보 같은 행위는 절대적으로 금물이다. 일정량을 꾸준히 매일 쓰며 컨디션 조절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에 딱 4시간만 글을 쓴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명필이 와도 오늘 분량까지만 쓰고 더 좋은 문장은 체력을 확보한 내일의 내가 쓰게 해야 한다.




10. 힘을 빼자.

응모를 준비하다 보면 당선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다 보니  글을 엄청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힘을 팍팍 주고 있다. 말도 안 되는 기교와 꾸밈이 넘쳐난다. 글을 읽어보면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썼지라는 생각이 든다.  글에 힘이 들어가니 글쓰기가 더 힘들다. 당선과 무관하게 그냥 나 답게 힘을 빼고 써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긴다. 귀찮다는 이유와 자기 검열에 걸려서 브런치 북을 만드는 것조차 시도하지 않았다면 글 쓰기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놓쳤을 것이다. 오랜만에 느끼는 마감의 스트레스와 끝나고 난 뒤의 후련함과 아쉬움을 느껴보았다. 힘든 시간이지만 자신만의 경험을 쌓아가는 것. 그것이 브런치 북 제작의 기쁨과 슬픔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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