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바웃해봄 Jan 22. 2022

눈이 오면 만나러 갈게요.

눈이 온다. 알록달록 각자의 색을 띠고 있던 세상이 똑같은 흰색으로 덮여간다. 젊은 날에 눈 오는 날은 왠지 특별한 날인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누구든 만나야 할 거 같은 촉박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날은 약속도 잘 잡혔다. 친구들과 선술집을 찾아가 따뜻한 어묵탕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수다를 떨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며 두 손을 꼭 잡고 눈 길을 걸었다. 지금은 각자의 삶이 바쁘고 매일 손을 마주하는 이가 곁에 있기에 그 시절을 추억하며 혼자 커피를 마신다.


그래도!! 집에 있기엔 뭔가 아쉬운 날이다. 누군가 만나고 싶지는 않다. 평소와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가방에 책과 아이패드를 주섬주섬 담아 집을 나선다. 눈길을 걸으며 혼자 지낼 곳을 고민한다. 일단 카페에 들어가 본다. 자리가 없다. 카페가 만석이다. 그렇다고 다시 집에 가고 싶지는 않다. 스터디 카페에 들어가 본다. 나에겐 낯설지만 요즘은 어디에나 있는 키오스크를 찍어본다. 조용한 공간에 자리를 잡으며 책상 스탠드 조명 스위치를 찾아본다. 없다. 스탠드를 이리저리 만져보지만  조명은 들어오지 않는다. 최후의 수단으로   때려보다 포기한다. 물어볼 때가 없다. 컴컴한 곳에서 책을 읽으며 왠지 서글퍼진다.


나이가 들어도 마음만은 20대라는 말이 있다. 눈만 봐도 마음이 붕 뜨는 기분은 20 전의 '' 40살이 훌쩍 넘은 '' 다르지 않다. 다만 생각과 행동이 예전과 같을 수는 없다. 변하는 건 '' 아닌 흘러가는 '세월'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눈 오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