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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May 02. 2024

하나 둘 삼 넷

<라라크루 갑분글감 - 수, 숫자>

아들의 입소식에서 특이한 소리를 들었다.

"하나 둘 삼 넷 하나 둘 삼 넷.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포를 쏠 때 숫자가 잘 못 들리면 대형 참사가 날 수 있으므로 군대에서는 숫자를 그렇게 센다고 한다.

'하나 둘 삼 넷 오 여섯 칠 팔 아홉 공'

숫자뿐 아니라 숫자를 몸으로 표현하는 수신호도 있단다. 육성이나 무전으로 소통할 수 없을 때를 위한 대비책이다.


상대에게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이자 상대가 잘 알아들을 수 있게끔 하는 배려인 독특한 숫자 구호와 수신호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두의 안전이다. 너도 살고 나도 살려면 익히고 외워야 하는 것.


일상에는 서로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주고받기 위한 장치들이 훨씬 많다. 언어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온갖 표정과 몸짓으로 뿜어내기도 하며 텍스트로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을 이모티콘이 대신하기도 한다. 어떻게든 전하고 싶고 무슨 수를 쓰든 알아내고 싶은 것이 서로의 마음이다. 살기 위해서다. 안전하게 잘 살기 위해서.


그러니 살고자 한다면 표현해야 한다. 침묵이 마음을 대신 표현할 것이라 기대하지 말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것이라며 초코파이나 건네지 말고, 글로든 말로든 표현해야 한다. 상대가 제대로 알아듣도록 적확한 표현과 정확한 발성, 문체로 말이다.


문제는, 모두가 안전해지는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군대에서 쓰는 숫자구호처럼 어떻게 말해도 상대의 마음이 다치지 않고 내 뜻을 정확히 전하는 표현법이 있다면 좋으련만, 그걸 몰라서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깊어진다. 그럼에도, 서로가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을 찾을 때까지 표현하고 알아듣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오해와 갈등은 소통을 그만둘 때 생기기 때문이다.


"일이삼사!"

"이이사사?"

"아니, 일이삼사."

"일이삼삼?"

"아니!!! 일이삼사라구!"

"일이삼삼사구?"

"하나둘삼넷!!"

"아~~ 일이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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