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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ul 04. 2024

유튜브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 라라크루 화요 갑분 글감 > 

 라라크루 화요 갑분 글감 (2024.6.25)

✔️ 갖고 싶은 취미    ✔️ 배우고 싶은 일    ✔️ 해보고 싶은 허튼짓(?)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엄마 아빠가 참 무료해 보였다. 날마다 정신없이, 즐겁게 보내던 젊은 나와 달리 엄마 아빠는 매일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멈추어 있는 듯 보였다. 그들 나름의, 나는 모르는 삶의 재미가 있었겠으나 어린 나는 지레 결론지었다. 자녀가 모두 성인이 된 부모들은 참 재미없겠다고... 그런데 지금의 내가 그렇다. 


일과를 마치고 텅 빈 집에 들어선다. 아침에 나갈 때와 변함없는 집, 아무도 흐트러트리지 않는 집이 이렇게 끔찍할 수가 있을까. 7시가 넘으면 남편이 퇴근한다. 식사를 하거나 과일을 먹으며 잠시 몇 마디를 나누고 각자의 시간을 갖는다. 유튜브를 보다가 일찍 잠드는 남편, 책 좀 읽다가 글을 쓰고 유튜브도 보며 사부작거리다 뒤늦게 잠드는 나. 함께 있지만 따로 노는 것에 익숙하다. 


함께 할 취미를 고민해 봤다. 탁구나 볼링, 당구 등 스포츠를 해도 좋을 테고 얼마 전까지 함께 했던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해도 좋을 테다. 춤을 배워볼까, 주말마다 테마를 정해 여행을 다닐까, 아니면 둘이 앉아 맞고라도 칠까. 집에 들어오면 꼼짝하기 싫어하고, 특별히 관심 두는 일도 없으며, 취미에 쓸 돈 없다는 남편과 함께 할 일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남편에게 퇴근은 '회로 정지'였고 집은 '완벽한 쉼' 그 자체다. 뭘 하자고 제안하는 것 자체가 고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50년을 더 산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인생을 조금은 덜 무료하게, 가끔은 짜릿하게 해 줄 뻘짓이 필요하다. 

매일 유튜브를 끼고 사는 남편은, 세상에서 제일 안 아까운 돈이 유튜브 구독료라고 했다. 끝도 없이 제공되는 정보에 꽤 흡족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성실한 유튜브 소비자인 남편과 함께 유튜브 콘텐츠 생산자가 되어보면 어떨까? 큰돈이 들지도 않을뿐더러 운이 좋으면 용돈벌이 정도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콘텐츠를 위해 함께 할 일들을 궁리하고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하는 일련의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상상만 해도 즐겁다. 최악의 경우 "나 안 해! 당신이랑 뭘 다시 하면 내가 성을 간다!" 하며 대판 싸우고 접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또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으며 극과 극의 정당, 정치인을 지지하는 우리 둘의 성향을 십분 살린, < 부부가 싸우지 않고 정치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

울퉁불퉁 부끄러운 둘의 몸이 변해가는 과정을 담은, < 누가 누가 더 빼나 > 

집안 살림에 전혀 관심 없는 남편에게 요리부터 청소, 빨래까지 살뜰히 전해주는, < 나 죽으면 어찌 살려고 >

연애 시절 다니던 곳을 다시 찾아가 그때 그곳에서 찍었던 사진 그대로 재현해 보는, < 우리가 우리를 따라 해 보자 >

두 아들을 키우며 있었던 일을 회상해 보는, < 그때 그게 최선이었을까 > 


콘텐츠를 구상하는 와중에 문득, 남편이 없는 일상은 상상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옆에 있으면 너무 귀찮고 살가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니다. 요즘 따라 서로에게 더 시큰둥해졌다며 투덜대는 사이지만, 따로 떼어 생각하기는 힘들다. 그러니 함께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해야 한다. 기왕이면 기발한 허튼짓이었으면 좋겠고 가급적 생산적인 일이었으면 좋겠다. 유튜브가 딱이다! 


빨리 얘기해줘야 하는데 회식이라며 늦는 남편이 갑자기 기다려진다. 몇 시간 전만 해도 회식이라 늦게 온다며 좋아했던 나인데 말이다. 벌써부터 생산적이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화요갑분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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