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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Sep 11. 2024

세상 어떤 깡에도 흔들리지 않을 깡

< 라라크루 갑분글감 - 먹태깡 사진 >

"그거 먹어 봤어? 그거?"

2014년 허니버터칩이 출시되었을 때,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단짠의 조화 앞에 온 나라가 들썩였다. 편의점 물건이 들어오는 새벽에 가서 득템 했다, 아는 슈퍼 사장님이 따로 빼놓고 줬다는 등 구매 무용담을 나누는 것이 일상이었다. 나 역시 눈이 벌게져 이 가게 저 가게를 뒤지고 다녔다.

2017년에는 꼬북칩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에는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식감이 화제였다. 네 겹으로 겹쳐진 과자를 씹어먹을 때, 일종의 통쾌함마저 덤으로 얻었던 기억이 난다. 탄천 운동을 나섰다가 대형마트에서 꼬북칩을 만났던 남편과 나는 동네 지인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겠다며 한 박스를 통째로 사 들고 오기도 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허니버터칩 같은 '혁신적인 발명품'이라는 그대로 어쩌다 나와야 혁신이었던가보다. 꼬북칩 이후로는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이 없었다. 그러다 작년, '깡' 계를 뒤흔드는 녀석이 등장했다. 안주계를 평정했던 먹태가 과자로 출시된 것이다. 심지어 청양마요를 품고 말이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을 5만 원 이상 주문하면 선착순 몇 명에게 준다는 말에 혹해 장을 봤다. 중고 거래 앱에서 웃돈을 얹어주고 샀다는 이들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생각하며, 극성스러운 장보기를 정당화했다. 먹태깡은 기존의 강자들에 비해 못 미치는 맛이었지만, '먹어봤다'는 것이 중요했다. 먹태깡은 뒤이어 사발면으로도 출시됐고 나는 이번에도 '먹어봤다'는 경험을 사기 위해 먹태깡큰사발면을 주문했다. 하지만 먹지 않았다. 별로 기대되는 맛이 아니기도 했지만 '사기 힘들 때 사봤다'는 만족감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방치했먹태깡 용기면을 찾아봤다. 세상에나... 소비기한이 한 달을 훌쩍 넘었다.


극성과 허영 사이 어디쯤에서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트렌드, 대세라는 말에 현혹되고 뒤처질 것이 염려되어 이유나 목적도 없이 휩쓸리며 사는 것은 아닐까. 기껏해야 2,000원 남짓한 라면 하나라지만 그 하나가 나라는 사람 전체를 설명하는 것은 아닐까 염려된다.


살면서 수많은 깡이 나를 흔들 텐데, 단단하게 나를 지킬 깡이 나에게 있을까. 소비기한이 지난 먹태깡을 벌칙으로, 경고의 의미로 나에게 먹이면 깡좀 생기려나? 1971년 생산 이래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새우깡이 사뭇 존경스럽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갑분글감백일장

#먹태깡

#새우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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