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교육자원봉사센터의 마지막 일정이 끝났습니다. 모든 교육자원봉사자가 모여 한 해 동안의 소회를 나누고 고생한 서로를 격려하는 사례 나눔 행사가 그것이었습니다. 올 한 해 활동한 100여 명의 봉사자 선생님 중 50여 명만 참석해 아쉽지만, 열정과 흥은 수백 명 못지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심란한 시국에 이렇게 모여 놀아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선생님들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을 터라, 센터장 인사말로 행사의 문을 열었습니다.
"2024년 대한민국을 검색창에 치면 '폭염, 폭우, 폭설'이 연관검색어로 붙는다더군요. 이제 또 다른 단어가 붙게 생겼네요. 2024년 용인교육자원봉사센터를 검색창에 치면 어떤 단어가 연결될까 생각해봤습니다.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학교, 교육, 봉사, 나눔, 실천' 같은 단어들이 붙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일상은 변함없이 지켜졌더군요. 세상은 그렇게 일상을 지키는 평범한 사람들이 변화시킨다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올해도 일상을 지켜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얼마남지 않은 2024년도, 곧 다가올 2025년에도 여러분의 일상이 편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우리의 행사는 일상을 지키는 행위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사례 나눔의 첫 순서는 전래놀이 봉사단팀의 주도하에 진행되는 놀이 한마당이었습니다. 강강술래를 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른 봉사단 소속의 봉사자들과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아이처럼 웃었습니다. 도가니가 아파서 더 못 뛰겠다는 사람, 자꾸 앞사람의 발을 밟아 연신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 손치기 발치기를 하는데 박자를 못 맞춰서 버벅대는 사람, 짝꿍과 팔짱 끼고 팔짝 뛰며 몇 바퀴 돌았더니 어지럽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보고 너무 웃어서 배 아프다는 사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정신없이 놀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한바탕 신나게 놀아 젖혔습니다.
이어진 시간은 봉사단별 사례 나눔 발표시간.
매년 두세 개의 봉사단이 돌아가며 각 봉사단의 활동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올해는 가장 오랜 시간 봉사했던 감정놀이터 봉사단과 올해부터 교육자원봉사단에 합류한 재난안전교육 봉사단이 사례 나눔을 했습니다.
감정놀이터는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아채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을 한 글자로 표현하면?"이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짤막한 강의는 '나눔만이 나뉨을 막는다'라는 깊은 울림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재난안전교육은 각종 재난에서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키며 생존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용인시 재난안전교육 강사회에 소속된 전문 강사님들이 교육자원봉사센터와 함께 하게 되고 학교에서 많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강의를 해주셔서 참 든든했던 올 한해였습니다.
이어진 순서는 10초 봉사단 소개.
교육자원봉사자들은 강의를 하는 사람들이라 마이크를 주면 하염없이 이야기를 합니다. 10개의 봉사단에게 간단한 팀 소개를 부탁하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릴 터.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10초 자기소개'였습니다. 간략하지만 강렬하게 봉사단을 소개하라는 지시를 봉사단장님들은 성실히 따라주었습니다. 제일 오래 한 팀도 30초를 넘지 않았으며 짧은 시간이라는 제한 조건에서 터져 나오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모둠별 토의 시간. 서로 다른 봉사단 소속의 봉사자끼리 만날 수 있게 미리 모둠을 만들어놓아서 다른 봉사단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첫 봉사를 하면서 느꼈던 짜릿함, 봉사를 하면서 생기는 고민, 그로 인해 우리에게 생긴 변화를 나누다 보니, 그래서 교육자원봉사는 의미 있는 것,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것, 심지어 노후가 보장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행사를 모두 마치고 저와 업무담당자는 손을 맞잡고 한참동안 덕담을 나누었습니다. 많은 이에게 의외의 광경이었을 겁니다. 날을 세우던 날도 있고 괜스레 미워하며 모든 말과 행동을 곡해하기도 했으니까요.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했던 업무담당자의 빈자리를 꿰어 찬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는 반감, 그녀에게 친밀하게 말을 건네는 일조차 이전 업무담당자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이 늘 따라붙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주어진 일 앞에서만큼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우리는 서로 알고 있었습니다. 지역 교육 페스타 부스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교육자원봉사도 차질 없이 진행됐으며 마지막 행사인 사례나눔 행사도 알차고 즐겁게 꾸몄으니, 남은 것은 서로에 대한 감사뿐이었습니다.
강강술래를 할 때 오른쪽에 서 계셨던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죄송해요. 제 손이 너무 차지요? 선생님 손은 따뜻하네요."
왼쪽에 서 계셨던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미안해요. 내 손이 너무 뜨겁죠? 바로 전까지 핫팩을 들고 있었더니."
제 왼손에는 따스함이, 오른손에는 찬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순간 정신이 퍼뜩 났습니다. '오른쪽에 계신 분에게는 내 손이 따뜻하겠지만 왼쪽에 계신 분에게 내 손은 얼음장 같겠구나. 난 그런 사람이구나.'
제게 따뜻하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살았던 것 같았습니다. 제 얼음장 같은 차가움 때문에 덜덜 떨던 이들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업무 담당자의 손을 오래 잡고 온기를 나누고 싶었나 봅니다.
온도가 다른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손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체온을 나누다 보면 세상의 온도가 얼추 비슷해질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모든 축제의 마무리는 강강술래가 아니었을까요. 어떤 가사를 넣어도 강강술래로 모두 수렴되고 어떤 춤을 추어도 마무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흥에 취하게 되는 신묘한 놀이 한 판. 간절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