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0 프로젝트 < D-10 >

by 늘봄유정

< 펭하~~~~ >


2003년 탄생한 이후로 수년간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인기를 누리던 뽀로로. 15년 넘게 초통령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뽀로로에게 대적할 상대가 등장했으니, 이름하야 '펭수'. 아이들 뿐 아니라 직장인을 위시한 성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응이 심상치 않다. 실제, 별명이 '직통령'이라니...


올 4월에 탄생한 캐릭터로 10살 설정이지만 목소리나 말투, 사용하는 어휘 등에서 연륜이 베어 나온다. 존경하는 인물이 '나 자신'이라는 펭수는 EBS 소속 연습생으로 활동 중이다. 비트박스가 특기이고 스웩 넘치는 춤도 잘 춘다. 유튜브 '자이언트 펭 TV'의 구독자는 오늘 날짜로 141만 명. 나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출시 하루 만에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1위로 등극했고 각종 브랜드와 협업한 상품 출시, 타 방송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출연, 잡지 화보 촬영, 각종 굿즈 출시 등 연습생이라기엔 대단한 행보를 하고 있다.


펭수가 나오는 영상을 제대로 본건 채 한 달도 되지 않지만 그 또는 그녀(성별을 밝히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가 가진 매력에 점점 빠지는 중이다.

특별할 것 없는 행동과 말이지만 툭툭 던지는 말속에 위로와 공감이 있다.

잘못에 대해 빠른 수긍과 사과를 할 줄 알며, 직설적이지만 기분 나쁘지 않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도 안다. 게다가 순발력과 센스, 유머를 두루 갖춘 언변이란...

펭수 어록을 검색해보면....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 된다."

"다 잘할 순 없다. 잘하는 게 분명히 있을 거다. 그걸 더 잘하면 된다."

"취향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취향은 존중하길 부탁해."

"부정적인 사람들은 도움 안되니 긍정적인 사람들과 얘기하라."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살아라~ 눈치 챙겨!"


뻔한 말이지만 사람들은 그 뻔한 말을 주기적으로 듣고 싶어 한다. 예방접종 맞듯이, 때로는 뽕 맞듯이 자꾸자꾸 듣고 싶어 한다. 특히 나와 관련 없는 제삼자에게 들었을 때 위로와 공감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어느 강연자의 한마디일 수도 있고 책의 한 구절이 될 수도 있지만, 대세는 펭수.


펭수가 나오는 각종 영상들을 보면 팬들을 몰고 다닌다. 대세이니 당연 그럴 테지...

팬들은 펭수에게 사인을 부탁하고 사진을 같이 찍어달라고 한다. 펭수의 명함을 받고 싶어 하고 날개 한번 만지며 악수라도 하면 "꺄악~~~" 소리를 지른다. 펭수가 원하는 '우주대스타'의 꿈이 이미 이루어진 듯 보이기까지 한다.


문득, 인형 안에 있을 OOO이 걱정되는 오지랖이 발동했다.

놀이공원에서 만나는 사람 크기의 인형들을 비롯해 뽀로로 등의 캐릭터를 봤을 때도 전혀 들지 않았던 걱정이 펭수를 보고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인 것인지, 그냥 내가 관심 가는 캐릭터여서 더 걱정이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펭수로서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어딜 가나 BTS 따라다니듯 몰려다니는 팬들에 둘러싸인, 탈 속의 OOO 씨는 어떤 생각을 할까? 탈을 벗고 퇴근하면서 느낄 공허함과 허무함의 크기가 얼마나 될까?

내가 펭수인지 펭수가 나인지 모를 정체성의 혼란으로 힘들어하는 건 아닐까?


얼마 전 JTBC 뉴스의 '비하인드 뉴스'...

자유 한국당 의원들이 외교부를 방문한 펭수의 신분증 검사 여부를 문제 삼았다. 이에, 펭수의 정체에 대해 진지하게 말하던 기자의 말이 생각난다.

남극에서 온 10살짜리 자이언트 펭귄.


대중들에게 전하는 공감 가는 메시지와 선한 영향력들 뒤에 정작 펭수 본인은, 펭수 탈속의 OOO은 힘들지 않기를 오지랖 부리며 바래본다.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힘내라는 말보다 저는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라는 말처럼 펭수가 아닌 자신을 더 사랑하기를...


펭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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