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0 프로젝트 < D-9 >

by 늘봄유정

< 2000년생이 온다 >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받았던 글을 중심으로 엮인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독서모임 선정도서이기도 하고, 꼭 한번 읽고 싶던 책이다.

80년대생들에게 <82년생 김지영>이 있다면 90년생에겐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위로를 건네주는 게 아닐까 싶은 내용들이다. 공무원 시험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과 그들 세대가 가진 특징, 기존 세대와의 차이 등을 객관적 수치를 활용해 설명하고 있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지만 명확하게 정리해주고 있고 그들을 둘러싼 환경과 상황에 의해 형성되고 다듬어진 그들만의 특징들에 대해 고개가 끄덕여졌다.

함께 읽고 있는 지인은 전혀 이해가 안 가고 울화통이 터진다고 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어느 부분에서 공감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요!"라던 90년대생의 이야기와 결이 같다.

세대 간 소통의 요원함... 그래서 절실함이 느껴졌다.


<90년생이 온다>가 90년생들의 특징과 직장인으로서의 그들, 소비자로서의 그들에 대한 내용을 알려줄 때, 2000년생들을 데리고 디베이트를 가르치는 나로서는 이들의 특징을 이해하고 제대로 접근하는 게 절실하다.


90년생들이 학창 시절부터 인터넷과 휴대폰, SNS에 노출된 세대들이라면, 2000년생들은 노출 시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였다. 아기 때부터 식당에서 뽀로로를 시청하던 세대. 초등학교 때부터 휴대폰을 목에 걸고 다닌 세대.

90년생의 희망직업 1위가 공무원인 것과 달리 2000년생들의 희망직업 1위는 크리에이터이고 손에 휴대폰을 이식해놓고 싶을 만큼 휴대폰 의존도가 높다. 남학생들에게 있어 '친구들과 논다'는 말은 '축구한다', '자전거 탄다'등과 같은 말이 아니라 '친구들과 게임한다'라는 말이다. 긴 텍스트를 읽는 것, 책 한 권을 온전히 읽는 것은 힘들지만 몇 시간이고 You Tube 시청은 가능한 아이들...

공정하지 못한 것, 불합리한 것, 자신들의 뜻이 반영 안 되는 것, 무시당하는 것에 민감하고 당당히 의사를 표현하는 아이들...

그게 2000년생들 전부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수업을 하면서 마주하고 적응해야 했던 상황들이 대부분 비슷했던 걸 보면, 그들의 일반적 특징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2005년생인 남학생 4명의 수업 시간.

(중2라고 강조하지는 않겠다. 불필요한 프레임이 될 수도 있으니... 앗! 말해버렸네...)

이 시간은 단순히 내가 그들에게 디베이트를 가르치는 시간이 아니라, 그들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나만의 처절한 몸부림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꼰대 선생'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최대한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절대 과해서는 안된다.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 몸에 베인듯한 자연스러운 스웩을 보여야지 글로 배운 듯 발연기를 해서도 안된다.

눈높이를 맞춰야 하지만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게 해서는 안되고 그들만의 대화에 섣불리 아는 척 끼어드는 것도 삼가야 한다. 그랬다가는 무언의 "아! 뭐야~~?"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이도 저도 힘들고 피곤할 때는 '아... 집에 가고 싶다...'라고 속으로 우는 순간마저 있다.


그럼에도, 90년대생이건 2000년생이건, X세대이건, 밀레니얼 세대건...

세대를 막론하고,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고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것.

둘째, 진정성 있게 대하면 진심은 통한다는 것.

그것만 하려고 한다. 진심으로 그들의 성장을 돕는 선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래서 이들에게 맞는 색다른 수업 세팅을 준비 중이다.

2대 2로 그들끼리 하던 디베이트 실습을, 그들 4명과 나 1명인 4대 1의 구도로 진행하는 것.

그들의 실습을 지켜보고 강평해주는 '선생'의 스탠스가 아니라 디베이트 스파링을 해주는 '코치'의 스탠스.


친한 디베이트 코치 한분은 위험한 시도라며 만류한다. 아무리 코치라 해도 디베이트 실습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여실히 드러나게 되면 선생님으로서의 위엄이 사라질 것이라고...

고등학교 선생님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수능을 치르는 것과 같은 상황일 거다.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모두 백점을 맞는 것은 아닌데 겁 없이 덤볐다가는 실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시도를 해보는 이유...

성실하게 디베이트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매 순서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샘플링해주기 위해서다. 말로만 이렇게 하는 거다 저렇게 하는 거다 알려주는 대신, 몸소 보여주고 실수도 인정하면서, 실수를 스스로 극복하는 모습까지를 보이고 싶다.

새로운 세대를 대하는 기성세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요,

그들의 성장을 바라는 나의 진심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싶어서다.



작가의 이전글D-100 프로젝트 < D-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