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크루 바스락의 금요 문장 ( 2026.1.30 )
( 라라크루에서는 금요일마다 바스락 작가님이 추천하는 문장으로 나의 문장을 만들어보는 글쓰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오늘의 문장] ☞ 최인훈 <서문>, <광장>
인간은 광장을 나서지 않고서는 살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인간은 밀실로 물러서지 않고서는 살지 못하는 동물이다. 사람들이 자기의 밀실로부터 광장으로 나오는 골목은 저마다 다르다. 광장에 이르는 골목은 무수히 많다. 그가 밟아온 길은 그처럼 갖가지다. 어느 사람의 노정이 더 훌륭한가라느니 하는 소리는 아주 당치 않다. 어떤 경로로 광장에 이르렀건 그 경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그 길을 얼마나 열심히 보고 얼마나 열심히 사랑했느냐에 있다.
[나의 문장]
인간은 타인의 인정을 받지 않고서는 살지 못한다. 동시에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존재다.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타인들 앞에 당당히 서기는 힘들다. 어떤 이는 주저하다가 움츠러들고 어떤 이는 말갛게 드러낸다.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성장과 성숙에 무엇이 더 도움 되는지를 고민할 일이다.
[나의 이야기]
"참 이상해. O명 모집하는데 왜 모집 공고를 올린 거지?"
이럴 수가....
문해력이 부족한 요즘 세대를 풍자하는 유튜브 영상에서 들었던 대사를 바로 옆에서 듣게 될 줄이야. 그것도 우리 집에서 제일 똑똑하다고 인정하던 이에게서 말이다.
황당, 당황, 어이상실, 혼란, 혼돈스러워하는 엄마의 얼굴을 보며 아들은 의아해했다. 그건 안 뽑는다는 얘기가 아니라 한 자릿수내에서 즉, 1명에서 9명 사이에서 모집하겠다는 이야기이며 이는 사회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표현방식이라고 설명을 했지만 아들은 납득하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표현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세대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표현방식이라면 문제가 있지. 1~9명 모집이라고 하면 될 걸 왜 0이라고 표현하냐고."
2024년, 유튜브 채널 너덜트에서 배우 모집 공고를 낼 때 똑같은 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다. '모집 인원 : 0명'이라고 작성한 배우 모집 공고에는 “아무도 안 뽑는데 왜 공고를 내냐”라며 항의하는 댓글이 달렸고 여기에 네티즌들의 설전이 이어지면서 문해력 논란으로 확대됐다. 너덜트 측은 이 상황을 영상으로 제작해 올림으로써 "역시 너덜트!"라는 평을 받았다.
영상을 시청한 아들은, 'O명 모집'에 대한 납득을 뒤로하고 문해력 논란에 대한 사람들의 극심한 갈등에 관심을 가졌다.
"이게 다 교육제도의 문제라고 봐. 사람들이 앎의 즐거움을 알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평가,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는 모르는 걸 인정하고 새로운 걸 알게 됐다는 즐거움을 누릴 여유가 없잖아."
무지를 인정하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사람이 몰라도 아는 척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어서, 어제보다 조금 더 똑똑한 오늘의 내가 됐다는 것에 기뻐하기도 힘들다.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뒤처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앎은 한정되어 있지만 무지에는 끝이 없다."라고 했다. 무지를 인정하는 것, 나의 빈 공간을 빈 채로 드러내는 것이 앎으로 나아가는 도약의 첫걸음이다.
모집 공고의 '0'이 숫자 '0'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는 즐거움을 누릴 일이지, 왜 그렇게 흥분하고 열을 냈냐는 엄마의 질문에, 아들은 답했다.
"에이, 그 정도 말이야 할 수 있지."
'무지'에서 '앎' 쪽에 약간 더 가까워진 아들의 성장이,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무지의 영역이 훨씬 많다는 것을 깨달은 우리의 성숙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