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네...

by 늘봄유정

성남교육지원청의 교육자원봉사센터에서 봉사자 대상 기본 연수 강의를 했다.

2021년부터 여러 교육지원청을 돌아가며 1년에 몇 번씩 해오던 강의다. 하지만 한 번도 같은 PPT를 사용한 적이 없다. 디베이트든 교육자원봉사든, 강의 준비를 할 때 가장 먼저 바꾸는 것이 첫 페이지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이것이 일을 시작하는 어떤 의식 같은 것이다. 매번 하는 강의이지만 완전 새로운 강의인 것처럼 느끼고 바짝 긴장하도록 하는 장치이다. 그렇게 준비해야 만족스러운 강의를 할 수 있다.


40여 명의 교육자원봉사자들 앞에서 2시간 30분 동안 강의를 했다. 타 지역보다 반응이 좋았다. 중간에 가졌던 10분의 쉬는 시간과 강의가 끝난 이후 봉사자들은 내 주위를 둘러싸고 질문 공세를 했다. 교육자원봉사와 관련된 내 책을 어디에서 살 수 있냐고 물으시는 분도 네다섯 분 정도 계셨고, 강의 덕분에 교육자원봉사에 대한 생각이 확고해졌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도 계셨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말을 논리적으로 잘할 수 있냐고 묻는 분도 많았다.


예의상 하신 말씀이실 수도 있지만, 강사에게 가장 듣기 좋은 말은 훌륭한 강의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다. 명강의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논리적으로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느냐는 찬사 앞에서 여전히 쑥스럽지만, '준비만이 살 길이다'라는 말과 함께 몇 가지 비법을 알려드린다.


첫 번째는, 원고 작성이다.

강의를 갈 때는, 특히 처음으로 다루는 내용일 경우에는 PPT 화면마다 원고를 반드시 작성한다. 인사말, 자기소개부터 마지막 마무리 감사 멘트까지 꼼꼼히 적는다. 화면을 보며 머릿속으로만 정리하고 입으로만 읊조리면 정리되지 않은 발언들이 덩어리로 존재한다. 그 상태로 강의에 가게 되면 덩어리에서 이것저것 떼어낸 내용으로 강의를 채우게 되어서, 스스로 지저분한 강의였다고 느껴진다. 대신 화면마다 기승전결이 있는 원고로 작성해 두면 내가 전달해야 할 내용을 놓치지 않을뿐더러 정돈된 언어로 전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원고 10회독이다.

어떤 자료든 열 번 읽으면 암기가 된다는 게 '10 회독 공부법'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열 번 읽으면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머릿속에 대부분의 내용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읽고 또 읽으면 원고가 입에 착 감긴다. 강의가 준비된 원고대로 진행되고 있어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원고에 대한 숙지가 되어 있으면 강의 중 어떤 돌발 변수가 생겨도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청중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듣고 상호작용하면서도, "제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죠?"라는 말대신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가보면"이라고 제대로 안내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핵심적인 비법은, '디베이트'다. 디베이트를 직접 하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다 보니 글 쓰는 일,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일, 해야 할 말을 명료하게 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체화됐다. 디베이트를 널리 널리 알리려고 힘쓸수록 디베이트의 효과를 체감하고 성장하는 것은 나였던 것이다.


이번 강의에서 봉사자들은 내가 가르치고 있는 디베이트에 큰 관심을 보였다. 어떻게 하면 자녀에게 디베이트를 가르칠 수 있는지를 문의하시는 분도 계셨고 무엇보다 당신들이 배우고 싶다고 했다.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마침, 성남에서 5월부터 4주간 진행하는 공유학교 프로그램이 있어서 소개해드렸다. 처음엔 적극적으로 알아보고자 하던 분들이 '중학생 자녀와 함께'라는 대목에서 멈칫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 여겨져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던 거다.


성남교육지원청과 함께 기획한 공유학교는 부모와 중학생 자녀가 함께 디베이트를 배우고 삶에 적용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어디에서 일어나는지를 찾아보고 서로의 입장을 바꿔 토론해 봄으로써 사춘기 자녀와 부모의 소통이 원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로서도 기존의 강의와는 완전히 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이었다. 대학원에서 배운 내용까지 더해 커뮤니케이션학 전공자로서 뿌듯한 마음도 가득 담은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저조한 신청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었다.

토요일 오전에, 중학생이, 부모와 함께, 토론을.

어느 지점 하나 매력적인 포인트가 없지 않은가.

함께 모집 중인 케이크 만들기는 15명 모집에 80명 이상 신청을 했다.

토요일 오전에, 초등학교 3, 4학년이, 부모와 함께(엄마가 아빠와 자녀만을 보내놓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딱 좋다), 케이크를.

모든 요소가 매력적이다.


10년째 디베이트를 가르치면서 느낀 것은, 디베이트를 배운 사람들은 디베이트를 참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이, 어른을 가리지 않았다. 디베이트가 자신의 사고를 얼마나 확장시키는지, 세상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자라나는지, 글쓰기와 말하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얼마나 좋아지는지를 체험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번 경험만 해보려던 것이 3년, 5년으로 계속 이어진다. 딱 한번, 맛만 보면 되는 일인 것이다.


문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산수유즙을 설명하던 어느 기업가의 말처럼, 살아가는 데 강력한 아이템 장착이 되는 디베이트를 배워보라고 설명하고 설득시킬 방법이 없다. 토론의 목적이 상대방과 청중의 설득인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토론 자체를 홍보, 설득하기가 힘들다.


더디더라도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가고자 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디베이트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나의 모습이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생각과 태도에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도 확고하다. 요란한 홍보 문구나 1+1 같은 마케팅 전략으로는 판매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을 알기에, 그저 묵묵히 알리고 가르치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폐강될 위기에 처한 나의 소중한 프로그램을 적극 알리고 싶다.


< 학부모와 함께하는 가족성장 공유학교– 상생의 언어, 스위치 디베이트 >

"감정의 날을 세우는 대신, 존중의 언어로 함께 합의점을 찾는 연습"

수강신청기간 : 2026-03-18 09:00 ~ 2026-03-24 17:00

수업기간 : 2026-05-16 ~ 2026-06-13

수업장소 :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정로 386

수업요일 : 토요일 10시~13시

모집대상 : 성남 거주 중 1 ~ 중 3

* 일방적인 지시 대신 아이와 '합리적 약속'을 맺고 싶은 부모님

* 내 생각을 논리적이고 예의 있게 전하고 싶은 중학생 친구들

* 우리 집만의 갈등을 품격 있게 해결하는 '상생의 기술'이 필요한 가족


신청은 아래 사이트에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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