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 크리스마~~~ 스! >
교회도 안 다니면서 이래도 되나 싶은 날.
남 생일에 뭐 이렇게까지 온 세계가 흥분하는가 싶은 날.
사람들을 이리도 들뜨게 하고 서로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니, 이미 종교와는 상관없는 날이 되어버린 날.
불교를 믿었던 어렸을 적 우리 집도 크리스마스는 꼬박꼬박 챙겼다.
한 달 전부터 작지만 트리도 만들었고, 크리스마스이브날은 꼭 가족과 보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엄마는 특식을 준비하셨고 식사가 끝나면, 담벼락 위 잔뜩 쌓인 눈 속에 묻어둔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내놓으셨다. 이름도 기억 안 나지만, 지금으로 치면 아이스크림 케이크처럼 생겨 칼로 잘라먹었던 아이스크림이었다. 동생의 기억에 의하면 초콜릿이 물결처럼 구불거리며 덮여있던 아이스크림이란다.
산타가 선물을 주신다고 철석같이 믿고 일어나면 머리맡에 놓여있던 책더미...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래도 매해 책만 선물하는 산타가 못마땅하던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집에 있던 화분에 트리를 만들었었나 보다.
고등학교 올라가던 해인 1991년 크리스마스는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으로 이민 가신 고모댁으로 온 가족이 여행 가서 맞이한 '미쿡 크리스마스'
영화에서나 보던 칠면조 요리를 접시에 담아 칼로 썰어서 먹고 고모가 집에서 만든 케이크와 쿠키를 먹었다. 거실과 방마다 초콜릿이 잔뜩 들어있던 크리스털 그릇, 얼음이 나오던 냉장고 정수기, 내가 봐오던 것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크고 찬란한 크리스마스트리. 모든 게 신기하고 경외감마저 들었던 크리스마스.
"그래, 이게 진짜 크리스 마스지!"라고 느꼈었다.
미쿡 분위기가 물씬... 아버지 키보다도 큰 크리스마스트리... 사진 오른쪽 하단에 새겨진 크리스마스 당일 날짜...
추억 때문이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는 이상하게 특별한 날이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저녁과 케이크를 먹어야 할 것 같은 날, 캐럴이 울려 퍼지는 거리를 걸어보는 날,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화라도 보러 가는 날, 눈이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빌어보는 날.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날...
그래서 나도 매년 스테이크에 파스타 등등의 음식을 준비하고 케이크도 준비했었다. 놀러 나갔던 아이들도, 출근했던 남편도 시간 맞춰 들어와 와인잔과 음료 잔을 부딪히며 "메리 크리스마~~ 스"를 외쳤다.
한달전부터 트리도 만들었고, 아침에 일어나 선물부터 찾을 아이들을 위해 트리밑에 선물도 준비했었다.
작년 크리스마스엔 스테이크, 랍스터, 똠양꿍, 와인, 그리고 보쌈김치... 올해는,
낙지볶음과 등심 스테이크, 샐러드를 준비하고 있는데 큰아들이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나갔다.
"가족과... 함께인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최대한 서운한 티를 내는 엄마를 향해 "일찍 올게요~~~"라며 신나서 나가는 아이를 붙잡을 수 없었다.
남의 생일잔치에 무슨 큰 의미를 부여할 일도 아니고, 기독교인도 아니니 크게 서운해할 일도 아니건만...
나는 어땠을까?
언제 적 크리스마스부터 우리 엄마 아빠만 집에 덩그러니 남겨졌을까?
결혼 후? 연애를 시작하면서? 최소 20년은 됐을 것 같았다.
더 이상 맛있는 저녁과 케이크를 준비하지 않고 부부 둘이서만 있는 반찬에 끼니를 해결하는 날이 되었을... 그 크리스마스...
조만간 내가 맞이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그 크리스마스...
작은아이까지 없다면, 씁쓸하지만 그런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그 크리스마스가... 몇 년 안에 올 것을 생각하니...
경험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는 말이 절대 진리임을 깨닫게 되는...
메리 크리스마~~~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