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0 프로젝트 < D-4 >

by 늘봄유정

< 생로병사의 비밀 >


100일 후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의 의미를 발견하여 글로 남기는 프로젝트가 이제 끝을 보인다.

죽는다는 설정이 무색하게 처음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것 같은 나와는 달리, 남편은 지난 90여 일간 하루도 몸 편한 날이 없었다. 저주에 걸려 나의 글과 그의 건강을 맞바꾸기라도 한 듯이...


목디스크에서 시작한 통증은 마라톤 직후 무릎으로 이어졌고 급기야는 걷기조차 힘든 지경까지 이르렀다.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찾는다며 한의원, 통증의학과, 정형외과를 전전하였고 결국은 돌고 돌아 최초의 병원으로 가서 치료 중이다. 무릎에서는 물도 빼고 주사를 맞았으며, 어깨 저림으로 이어지는 통증은 손도 못쓰고 있다. 평생 데리고 가야 하는 통증 같다며 체념한 상황... 이 와중에 목감기를 동반한 몸살에 걸려 옷을 껴입고 드러누웠다. 이럴 줄 알았다면, 100일간의 남편 투병기를 글로 쓸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질병, 통증은 삶의 질과 만족도를 확연하게 저하시킨다. 보행의 문제를 유발하는 척추, 관절 질환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왕성한 사회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 가게 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시기에 몸이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고 종일 신경 써야 하는 상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자괴감.

게다가 마누라는 아이들의 입시가 먼저라며 남편의 몸상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니...

몸도 힘든데 마음도 서러울 테다...

몇 년 전 허리 병이 도졌을 때, 농담 삼아 시어머님께 투정을 부렸었다.

"어머니~ 아범 AS를 해주시던가 그게 안되면 리콜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너무 부실해요~~"

"하하하, 그러게 어쩐대냐? 20대 때 한번 삐끗한 게 매년 저러니..."라며 위로해 주시던 어머님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같은 투정에는 다른 반응을 보이셨다.

"너랑 산 게 벌써 20년이니, 이제 네 책임 아니냐? 결혼하고 나서 아픈 건 내 책임 아닌 것 같은데?"라고 받아치셨다.

가전제품도 제조업체에서 책임저야 하는 AS기간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데, 50년 전 출산한 어머님께 부실의 책임을 묻기에는 내가 한참 양심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인간은 세 번 늙는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노화가 평생에 걸쳐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34살, 60살, 78살에 노화 기어가 세 번 작동한다고 한다. 단백질 수치의 변화로 본 노화 그래프가 세 번의 뚜렷한 꼭짓점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노인 진입 나이인 환갑의 과학적 근거도 확보하게 됐다고...

남편은 이렇게 여기저기 아프고 '늙나 보다...'라고 느낀 게 처음인 것 같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감기조차 잘 걸리지 않았고, 20대 때부터 고질적으로 일 년에 한 번 재발하는 허리 통증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처럼 여기저기 아프고 먹는 약도 많아졌다. 노화를 온몸으로 느끼다 보니 마음도 힘들어 보인다.


<생로병사의 비밀>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는 현대인의 질병에 대한 정보와 예방, 치료법에 대해 다각도로 알려준다. 어디에 좋다는 어떤 음식이 소개되면 다음날 슈퍼에서 동이 날 정도로,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다. 하지만 과연, 사람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데에 비밀이나 비법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 어디에 좋다는 음식도 장복하면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하지 않던가... 누군가에게는 획기적인 치료법이었으나 나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 방법일 수도 있고 말이다.


사람이 건강하게 잘 살고 아름답게 늙으며 행복하게 죽을 수 있는 비밀은...

첫째, 뻔하고 이상적이지만 마음가짐에 있다.

남들은 34살에 겪는 첫 번째 노화의 꼭짓점을 47세에 맞이했으니 젊은 몸을 가졌다고 긍정적인 해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당장 여기저기 쑤시고 저리고 아프지만, 기계도 10년 쓰면 여기저기 고장 나는 것처럼 내 몸도 그러하니 아껴 쓰고 기름칠하며 잘 다뤄야겠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둘째, 주변의 애정 어린 관심이다.

"마누라의 관심 부족으로 이렇게 아픈 것 같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는 남편을 보며 철없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짠하고 딱한 마음이 들었다. 5남매의 막내로 온 관심을 받으며 자랐는데, 무뚝뚝한 아내는 온통 아이들에게만 신경을 쓰고, 가장의 무게는 버겁고 거기에 몸까지 아프니 얼마나 서러울까... 마음의 병이 몸으로 드러났는가 싶기도 하다. 아내이자 엄마인 '나'라는 사람의 몫은 끼니를 챙겨주는 것만이 아니라 가족의 마음까지도 살뜰히 챙기고 어루만지는 것까지이니, 소홀했던 남편에게도 마음을 나누어야 하겠다.


이렇게 나는, 학계에 보고되지는 않았으나...

평생에 세 번이 아니라, 세 남자 덕분에 하루에 세 번 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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