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44 >
삐삐를 사용하던 시절, 숫자로만 표현하던 메시지...
8255 - 빨리 오시오
1004 - 당신은 나의 천사
1255 - 이리 오시오
0404 - 영원히 사랑해
100004 - 많이 사랑해
1177155400 - I MISS YOU
4444도 그중 하나였는데,
여전히 좋아하는 메시지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로젝트 마감을 하루 앞두고, 하루의 지면을 할애해 당신에게 편지를 띄웁니다.
프로젝트 첫 글을 읽었던 당신의 반응이 잊히지 않네요. 단지 설정일 뿐이었는데도, 100일 후면 죽는 아내가 써 내려가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울컥하셨던...
이제는, 제가 울컥하네요. 단지 설정일 뿐인데도, 실제 이틀 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못 보게 될 것만 같은 이 불안함은 무엇인지...
처음 이 프로젝트를 내게 소개해 준 것도, 글을 써보라고 한 것도 당신이었죠.
매일매일 글이 올라올 때마다 좋아요를 맨 처음 눌러주고, 12시가 임박해도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나보다 더 초조해했으며, 글에 대한 감상도 조심스럽게 나누어 줘서 고마웠습니다. 사실, 100일간 써내려간 글들의 대부분이 당신과 나눈 대화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당신을 대신하는 대필작가였을 수도 있겠네요. 그럼에도, "그건 온전히 당신 아이디어, 당신 감상이야. 함께 나눈 이야기잖아. 당신의 일상이었잖아."라며 용기를 준 것도 감사합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100일을 채울 수 없었을 겁니다.
내 나이 스무 살에 당신을 만나 사랑을 키우고, 스물네 살에 결혼을 해서, 스물다섯과 여덟에 아이들을 낳았죠.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보다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당신이 인간 '송유정'의 한 축을 만들고 성장시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고난 성격도 있고, 부모님에게서 받은 영향력으로 성인이 되었지만, 이후 당신과의 삶에서 배우고 느끼고 성찰하는 '송유정'이 되었습니다.
당신에게 난 어떤 존재였을까요?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미안해지는 대목입니다.
대학시절 함께 받았던 적성검사에서 당신의 '자신감', '성취감' 항목의 그래프가 꼭대기에 있었던 것 기억하나요? 대학 입학도, 취업도, 원하는 대로 탄탄대로였고, 결혼초 대기업에 다닐 때까지만 하더라도 무슨 일을 하던 실패가 없었죠. 회장님의 총애를 받는다고도 했고, 계속 회사에 남아있다면 이사직도 문제없을 것 같다던 그대...
어느 날부터 한없이 자신 없어하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무슨 일을 해도 막히고 잘 풀리지 않는다고 했지요. 늘 고민하고 우울해하며 자책하는 모습... 소소한 행복이라도 만나보고자 시도했던 달리기마저 무릎 부상으로 좌절되면서 더 힘들어하는 당신의 모습...
결혼 전 나의 모습이었습니다. 온 세상이 나만 외면한 것만 같았던...
나는 당신을 만나 세상 긍정적이고 행복한 사람이 되었는데, 당신은 나를 만나 세상 부정적이고 우울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에 너무 미안했습니다. 여전히 나에게는 무한한 영감과 만족, 선한 영향력, 행복함을 안겨주는 사람인데 정작 당신 자신은 점점 시들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제가 참 원망스러웠고요...
아이들에게도 늘 성실하고 열정적인 아빠, 친구 같은 아빠인 당신.
양가 부모님들에게도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을 쓰는 자식이자 사위인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십원 한 푼 쓰는 것도 아까워하면서 자식과 아내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당신.
멈추어있지 않으려고, 고여있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애쓰는 당신.
더 나아가지 못하는 자신을 한없이 채찍질하는 당신.
자신을 위해 마음 한켠을 썼으면 좋겠다는 제 말에 그럴 여유가 없다고 하는 당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만...
이제는 제가 도울 차례입니다. 프로젝트 완수라는 작지만 어찌 보면 큰 성공을 안겨준 당신을 위해 이제는 제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겠습니다. 제가 느끼는 만족감, 행복감을 당신도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저... 프로젝트가 끝난 이틀 뒤에도 죽지 않아요~~
아직도 할 일이 많거든요~~~
함께 누려야 할 것들이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