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Dec 28. 2019

D-100 프로젝트 < D-1 >

< 끝! >


어렸을 때부터, 힘든 일이나 겪고 싶지 않은 일을 앞두면 그다음을 상상했다.

'내일 이맘때쯤이면 난 엄청 후련해져 있을 거야', '일주일 후면 끝난다. 조금만 참자!' 그러면서 D데이를 설정하는 습관 들었다. 작년, 재작년 토요일마다 이천으로 수업을 다닐 때도, D-25 를 설정해놓고 지워가면서 다녔더랬다. 숫자가 한 자릿수로만 내려오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마지막까지 힘을 낼 수 있었다.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100일.

하루를 그냥 보내야 하는 게 아니라, 그 하루를 글로 남겨야 했으니...

마감을 앞둔 작가의 고뇌를 어쭙잖은 초보가 체험한 나날들...

맘에 들지 않는 글을 쓰고 찝찝했던 날도 있었지만, 쓰지 않은 날은 없었다는 것에 나 자신이 대견스럽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 쓰기,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였으나 100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써본 경험은 없다. 글짓기 대회에 나가 상을 타본 경험도 많았지만 다수에게 글을 선보였던 쑥스러운 경험은 없다.


100일간의 글쓰기가, 누군가에게는 '이것도 글이라고...'라고 생각하는 쓰레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차피 내 글이니 나에게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온통 가족 팔이, 추억팔이 글 투성이구만?'이라고 자책한 날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내 삶, 내 일상이었음은 분명하다. 내 삶을 파노라마처럼 돌아보는 시간이었으며 "슈가맨"처럼 묻혀있던 추억을 소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 생각과 일상을 타인과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띄우는 공개 연애편지였다.

늘 글쓰기에 대한 갈증이 있던 나였지만 시도하지 못했는데,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새로운 소재들에 대한 아이디어도 생겨났다.


아쉬운 점도 많다.

처음 잡았던 방향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길을 잃은 것.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지 못했던 것.

좀 더 촘촘히, 꼼꼼히 표현하지 못한 것.


오래전, 어느 관상가가 그랬다.

이마 정중앙에 있는 수두 자국 때문에 끈기가 없다고.

어떤 일이든 끝까지 마무리를 하지 못한다고...

대학 졸업 후 30군데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취업에 실패했을 때도, 논문을 쓰지 못하고 수료에 그친 석사과정이 부끄러울 때도 수두자국 때문이라고 변명을 했다.


오늘로 그 모든 징크스와 주술을 끊어버렸다.

난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앞으로도 실망과 좌절의 상황은 끊임없이 펼쳐질 테지만 그럼에도 극복하고 견뎌낼 힘을 얻었다.


첫글에서 100일이 담고있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들에 대해 얘기했었다. 이제 거기에 한가지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100일밖에 살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의미있게, 재미있게 살아가자는 것. 수많은 100일의 이야기가 모여 나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리라는 것...


Connecting the Dots!

이렇게 내 인생에 커다란 점 하나를 찍는다.

그 점이 앞으로의 인생길 어디쯤에 위치하게 될지, 어디서 갑툭튀 할지는 모르겠으나...


프로젝트 마지막 글에도 점을 찍는다...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인사하죠~

In case I don't see you,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작가의 이전글 D-100 프로젝트 < D-2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