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도 말했지만, 교육자원봉사를 하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다. 카이스트에 766억을 기부한 이수영 회장처럼 플렉스하고싶지만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될지 다음 생의 이야기가 될지는 모르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 후원금, 종교단체 기부금 등 각종 기부금에 대해서는 연말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자원봉사는 그런 혜택이 없다. 비열한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고 무엇인가. 돈으로 기부하는 것에는 혜택을 주면서 시간과 재능을 기부하는 것에는 입을 딱 씻다니... 불현듯, '어떤 혜택이 있을 수도 있다, 나만 몰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검색해보았다.
"특별재난지역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 경우 봉사일 수 1일당 5만 원을 기부금으로 인정받아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해당 자치단체자 전국재해구호협회 등을 통해 피해 지역 이재민에게 구호 물품을 보낸 경우에 그 가액을 전액 세액 공제받을 수 있다고 했다.
자원봉사의 영역에 제한되어 있기는 했지만 고무적이다. 시간을 들이고 노동을 투여한 것에 대해 인정해준 것 아니던가.
일반 자원봉사에 대해 혜택을 주는 곳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지자체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50시간이나 100 시간 등 일정 시간을 채우면 자원봉사증을 발급해주고 여러 가지 혜택을 준다.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할인, 시군구 자치회관 수강료 할인, 박물관 관람료 할인 등이 그것이다. 어떤 시에서는 100시간 달성시 만원, 최대 5만 원(500시간 달성시)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용인의 경우 4시간 이상 자원봉사를 하면 만원정도의 실비를 지급한다.
하지만 이런 인센티브가 자원봉사를 시민의 소양으로 자리 잡게 만들 만큼 획기적인 유인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원봉사를 했지만 혜택을 받으려면 박물관에 가야 하고 수업을 들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혜택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쥐어지는 것이다. 90시간을 봉사한 사람은 100시간을 채우지 못해 아쉬워하고 발을 동동 구를지 모른다. 10시간 모자라 만원 못 받았다고 말이다. 실비 만원 받자고 4시간 봉사를 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만원 한 장에 목매는 사람처럼 보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안 하고 말지'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제도다.
뭔가 더 강력하면서도 보편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바로 '자원봉사 세액공제'이다.
특별재난지역 자원봉사활동의 경우 외에 일반 자원봉사, 교육자원봉사를 총망라하는 제도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하루 4시간의 자원봉사를 했다면 시간당 최저시급으로 계산해서 연말에 총 봉사시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주면 어떨까. 100시간 봉사하고 만원 받는 것보다야 훨씬 의미 있지 않겠는가. 혜택을 받기 위해 박물관도 가고 주민지원센터 강의를 수강해야 하는 수고를 안 해도 되지 않을까.
활성화 TF팀에서 제안해보았는데, 교육청 직원분들 모두 입을 모아 말씀하셨다. 좋은 아이디어지만 현실화하기엔 갈길이 멀다고... 아무래도 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다 보니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고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여기저기 떠들고 다녀본다.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친분이 있다는 분께도 말씀드려놓았고 우리 동네 국회의원과 종종 만난다는 분께도 은근히 흘려놓았다. 방법론적 현실성을 감안해 법안으로 발의될지 누가 알겠는가. 물론, 법안 발의자 중 자원봉사의 가치를 절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철저히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라면, 절대 관심 갖고 들여다볼 사안은 못된다. 이 역시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철부지의 발상이었나보다.
코로나로 교육자원봉사를 한 번도 나가지 못해 집에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나는 교자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