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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25. 2020

명색이 '장'이라면...

교육자원봉사 활성화 TF팀 내 활성화 컨설팅단에 합류가 됐다. 경기도에 있는 교육자원봉사센터를 모두 돌면서 애로사항을 듣고 함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는다. 25개 교육지원청 내에 있는 센터를 모두 돌아볼 계획이라는데... 이제 겨우 한 곳 다녀왔다.

 

컨설팅단은 총 6명으로 구성됐다. 교육청에서 2명, B지역 교육지원청 마을공동체 팀장, C지역 교육자원봉사센터장, 우리 지역 교육자원봉사센터 업무담당자, 일반 봉사자인 '나'. 

각자의 영역에서 했던 경험을 토대로 각 지역의 센터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하도록 돕는 것과 각 지역 센터의 우수한 사례를 발굴해 내 다른 지역에 알리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3주 전 다녀온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A 도시는 교육자원봉사센터가 거의 운영되지 못하고 있었다. 미리 받아본 자료에 의하면 센터장과 담당자는 있지만 운영지원단도 구성되지 않았고 봉사자도 거의 없었다. 코로나 19로 교육자원봉사활동이 힘들었지만 연수도 진행할 수 없었기에 운영에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한 시간이 넘게 이야기가 오갔다. 

'봉사자를 모집할 수 있는 연수를 시작할 것과 수료자들을 대상으로 운영지원단을 꾸릴 것'을 제안했다.


이야기가 오가는 내내 센터장님은 '경청'만 하고 계셨다. 소극적이신 건지 아니면 귀담아들으시며 마음을 다지시는 건지 눈치를 보고 있던 순간, 센터장님이 마지막으로 한 말씀하신다며 말문을 여셨다.

말씀인즉슨, 'A도시는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상황이 심각하다, 학생이 없는데 무슨 교육자원봉사 활성화냐!'였다. 중간중간 한창 A도시의 학생이 많았던 시절 당신이 제법 큰 학교에서 교감, 교장을 하셨던 이야기, 현재 농사를 지으며 바쁜 이야기,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도 통합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넣으시면서 장장 한 시간에 걸친 훈화 말씀을 하셨다. 결국은 '소용없는 일에 시간 쓰고 공들이지 말아라!'였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경쾌할 리가 없었다.

학생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A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소수의 학생을 위해서라도 지역사회의 교육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게 우리 컨설팅단의 목표다. 그러니 센터장님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주셨다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웠다.


컨설팅단에 함께 계신 C지역 센터장님은 우리가 만난 A지역의 센터장님과 확연히 다르셨다.

본인이 자원봉사를 직접 하셨으며 교육자원봉사를 알리기 위해 발로 뛰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시는 분이셨다. 지하철역 앞에서 직접 리플릿을 나눠주며 홍보를 하고 학교와 봉사자 간의 매칭 역시 직접 하신다고 했다. 처음에는 몸으로 뛰다가 이제는 홍보부터 운영까지 시스템화하는 작업 중이라고 했다. 자신이 아니어도 잘 굴러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그분의 모습을 보며 교육자원봉사센터장이라면 마땅히 나서서 자원봉사도 해야 하고 센터가 돌아가는 내용에 대해서도 적극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지금처럼 퇴직교원이 으레 거쳐가는 명예직으로만 존재한다면 교육자원봉사센터 활성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2년 동안 서류에 이름만 올려놓고 가끔씩 회의나 참석해 봉사자들의 경과보고만 듣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명색이 '장'이지 않은가.

 

연간 100만 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고 '장'이니까 이것도 해주시고 저것도 해주세요라며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 열정 페이가 아니고 무엇인가. 하지만 명색이 자원봉사센터의 장이니 일반 자원봉사자들과 같은 마인드로 임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고민할 것이 많은 지점이다.


컨설팅단에 이름은 올려놓았지만 나의 어떤 경험이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막연했다. 여전히 모른다. 오히려 반대로 한 군데 한 군데 다닐 때마다 다양한 화두가 나에게 던져질 것이 기대된다.

 

컨설팅을 다니면서 되려 많은 고민을 하고 나만의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나는 교자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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