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교육자원봉사센터는 용인교육지원청에 속한 기관이다.
업무 담당자도 교육지원청에서 만날 수 있다. '센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이렇다 할 공간은 어디에도 없다. 하다못해 교육지원청 홈페이지서도 그 존재를 찾기 힘들다. 경기도 내 25개 교육지원청 중에서 교육자원봉사가 제일 잘 되고 있는 용인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그러니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다. 다행히 2021년에는 경기도 교육자원봉사 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각 교육지원청 내 센터 공간 구축'이 의무사항으로 포함됐다. 고무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독립적인 공간 확보에는 한계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인 공간의 점유를 위해 다른 사업팀들과 각축을 벌여야 하며 어렵게 확보를 한다고 해고 꾸준하고 활발하게 이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개점휴업 상태라면 언제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2021년을 맞아 용인교육자원봉사 운영지원단의 첫 회의가 있었다. 각 팀별 활동 준비 현황을 보고하고 애로사항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6개 팀이 가진 공통의 문제는 역시나 '공간'이었다.
전래놀이 교육자원봉사팀인 '노리 재미'는 비대면 워크숍과 교육이 특히나 힘든 분야다. 몸을 쓰고 놀아야 하고 옆사람과 손잡고 돌거나 뛰는 활동이 많기 때문이다. 비석 치기나 사방치기를 줌으로 배우고 익힐 수는 없다. 그러니 수업 준비를 위한 공간은 필수다.
내가 속한 디베이트도 마찬가지다. 스터디는 줌으로 어떻게든 진행해왔다. 하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학교 수업 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만나야 하고 그러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항 때문에 스터디 카페를 대여할 수도 없다. 도서관이나 지자체 운영 시설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이용 불가한 곳이 많다. 공적인 모임임에는 분명한데 공적인 공간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교육자원봉사센터' 공간이 스터디나 회의라는 표면적인 이유만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공간'이 가진 잠재적 가치 즉, 사람을 끌어들이고 봉사가 지속가능토록 하는 것이 더 큰 이유다.
첫째, 공간은 사람을 연결한다.
교육자원봉사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봉사자도 사람, 수혜자도 사람이고 그 둘을 연결하는 것도 사람이 한다. 디지털 노마드 시대에 물리적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현실세계다. '따로'가 가능한 일과 시기가 있는가 하면 '같이'가 필요한 일과 때가 있다.
'토털공예'팀의 봉사자들은 주로 손으로 오리고 붙이고 연결하는 작업을 한다. 직접 만나서 보고 듣고 만지지 않으면 배우기 힘든 일이다. 미숙한 상대의 손을 잡아 어디에 끼우고 연결하는지를 알려주는 게 효과적인 작업이다.
'회복적 정의'팀은 서클이라는 진행방식으로 대화를 하는데 둥글게 원을 만들어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서클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과의 교감이 이루어지고 나에게 집중한 시선과 그로 인한 떨림을 느끼는 시간이다. 컴퓨터 화면 너머의 사람들에게서는 느껴지지 않던 전류가 흐른다.
함께 공유한 공간과 사람에 대한 기억은 끈끈한 유대로 연결된다. 회의가 끝나면 간편하게 '나가기' 버튼만 누르면 끊어지는 관계가 아니다.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며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 공간만이 줄 수 있는 효과다.
둘째, 공간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
자원봉사는 말 그대로 스스로 원할 때 가능하고 더 이상 내키지 않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따라서 교육자원봉사는 늘 사람에 목마르다.
전문적이고 심화된 교육프로그램이 갖춰지면 새로운 봉사자들의 유입에 도움이 된다. 봉사를 하고 싶은데 마땅히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갈 센터가 있고 프로그램이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존 봉사자들에게도 공간은 유용하다. 봉사에 필요한 준비물을 보관하거나 수시로 모여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기존 봉사자와 신규 봉사자가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곳. 누가 오더라도 어려움 없이 봉사 준비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곳. 이런 곳을 우리는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고 표현하지 않는가. 결국 어떤 기관이 체계적이라는 표현은 공간을 전제로 한 얘기라 할 수 있겠다.
어느 조직에나 물리적 공간은 필요하다. 교육지원청 내에 제대로 된 사무실, 아니 책상도 하나 없는 교육자원봉사센터가 올해는, 내년에는 활성화되기를 꿈꾼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얘기인가. 하다못해 교육지원청 주차장 한편에 컨테이너라도 놔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간의 힘을 믿는...
나는 교자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