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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May 11. 2021

2021 교육자원봉사를 시작하다.

2019년, 교자봉에 처음 들어왔을 때 디베이트 봉사자는 나 혼자였다.

하지만 그해 마을교사 양성과정을 통해 열다섯 분의 디베이트 봉사자를 양성했고 그중 여덟 분과 '팀'이 되었다. 2020년에 바로 봉사를 나갔더라면 겁이 덜 나셨을까? 코로나로 한 해 동안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선생님들의 두려움과 주저함이 커졌다.

"우리가 다시 할 수 있을까요?"

"디베이트가 뭔가요? 다 까먹어서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것 같아요."

"학생들의 귀한 시간을 우리가 엉망으로 만들게 될까 봐 겁나요."

1년간의 강제 휴식 후 선생님들의 사기와 자신감은 자취를 감췄다. 한 번도 학교 수업을 해보신 적 없다는 것은 둘째치고 디베이트에 대한 감마저 다 잃어버리신 터였다.


1월.

봉사는 차치하고 더 이상 멈춰있을 수만은 없어 1월부터 매주 줌으로 스터디를 시작했다. 테마를 정해 관련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디베이트 주제를 생각해 보기도 하면서 준비운동을 했다.


1년간 디베이트 수업 시간에 함께 다룰 테마를 정했다.

< 디베이트로 준비하는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 >이라는 테마로 정한 두 가지 주제.

주제 1. 코로나19는 종식될 수 있다.

주제 2. 기본소득제를 실시해야 한다.



3월.

용인교육자원봉사센터에서 각 학교에 보낸 공문을 보고  문의와 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디베이트를 비롯한 토털공예, 감정 놀이터, 회복적 정의, 책놀이, 노리재미(전래놀이)의 팀장들은 월례 회의와 수시회의 등을 통해 올 한해 팀별 한해 계획을 공유하고 봉사 진행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회의 역시 봉사의 일환이다.


디베이트 수업 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9년에  혼자 봉사를 할 때는 한 학기에 한 개 학교만 신청을 했고 1년 동안 70시간 정도 봉사를 했다. 바쁘긴 했지만 할만했다.

올해 취합, 정리된 1학기 봉사시간은 총 120 시간.

3개 학교 15개 학급에서 8시간씩 수업을 하게 된다. 혼자라면 감당하기 힘들었을 테다. 9명이 함께 짐을 나눈다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테마와 디베이트 주제에 대한 본격 스터디를 시작했다. 주제와 관련한 책을 읽고 자유토론을 했다. 핵심 쟁점을 정리하고 어떤 근거가 있을지 논의했다. 그렇게 3월이 훌쩍 갔다.


4월.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강의계획을 짰고 학생들에게 배부할 워크북을 만들었다. 수업 시간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분 단위로 계획을 했고 ppt에 어떤 내용을 담아 구성할 것인지, 읽기 자료는 어떻게 만들지 논의했다.

두 분을 제외한 다섯 분은 학교 수업이 처음이라 두려움이 크셨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학교 수업. 왜 떨리지 않겠는가...


2017년, 처음으로 강의를 나갔던 때가 떠올랐다. 인천의 모 초등학교에 한 달간 주 3일씩 수업을 나갔다. 늦을까 봐 집에서 6시에 출발해 꼬박 2시간을 운전해야 도착했다. 아무도 어떻게 하라고 일러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교재 하나 던져주고 알아서 준비하라고 했다. 겁도 없이 수업을 했다.

어떻게 끝났는지 모를 첫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설사를 여섯 번이나 했다. 너무 정직한 몸... 긴장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야 하는 몸이었다. 그래도 뭐가 그리 신났었는지 모를 일이다.


수업에 대한 감이 없으셨던 선생님들이 내게 시강을 요구하셨다.  실제 학교에서 하듯 봉사자들 앞에서 수업을 했다. PPT를 만들어 공유했고 봉사자 선생님들이 만드신 읽기 자료를 보며 함께 수정했다.


세 군데 학교 담당 선생님들과 연락을 하며 수업 일정을 짰다. 5월, 6월 가득 일정이 찼다. 봉사자 선생님들로부터 성범죄 조회 개인 정보 활용 동의서를 받아 학교에 제출했다. 마을 교사 이름표와 봉사 일지를 만들었고 칠판에 붙여놓을 '디베이트 양식' 배너를 주문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런데...

처음 봉사라 부담되셨던 선생님들은 수업 분담에 소극적이셨다. 해본 적 없는 일이니 시간을 최소화해서 부담 역시  최소화하고 싶으셨던 것... 이해한다. 결국 120시간의 봉사시간 중 내 몫이 64시간... 나머지 56시간은 여섯 분이 나누셨고 두 분은 개인 사정으로 1학기 봉사에서 빠졌다.

예상 못 했던 변수였다. 120시간을 아홉 명이 나눌 테니 올해는 큰 부담 없이 봉사를 할 수 있으리라던 기대는 나만의 큰 착각이었다.

봉사지만 목숨 걸고 해야 하게 생겼다.

봉사지만 엄청난 책임감을 짊어졌다.

그럼에도...  싫지가 않다.


5월 11일...

첫 봉사를 나갔다. 9시부터 1시 10분까지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된 연강.

집에 오자마자 후기를 작성할 새도 없이 뻗어버렸다...

아...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는데... 일단 쉬어야겠다.


일단 시작은 했다.

시작했다고 벌써부터 속이 후련한 나는, 교자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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