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토종 배달 서비스 앱임을 내세우며 승승장구하던 회사의 대표적인 광고문구다. 특유의 디자인 감각으로 만든 배민 문구용품도 이색적이었고,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로 유명한 신춘문예 행사도 참신했다. 그랬던 회사가 어느 날 독일 딜리버리 업체에 매각되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개 회사에 배신감을 느낀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회사가 해외 업체에 인수되든지 말든지 신경 쓸 일 아니건만 유독 그 회사가 소비자를 끌어들인 마케팅이 국뽕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리라. 독도를 일본에 팔아버린 기분이랄까?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광고글을 조롱하며 "게르만 민족이죠."라는 댓글이 서글퍼진 현실이다.
소비자의 배신감이 잦아들 때쯤, 이번에는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배신감이 차올랐다. 해외 기업에 매각되어도 추가 수수료 인상은 없을 거라던 초기 입장과 달리, 매출의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받는 정률제로 변경한 것이다. 기존에는 매출 상관없이 정액제로 배달수수료를 내고 있던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진 것이다. 예를 들어 월 매출이 1,000만 원인 업소의 경우 58만 원의 배민 수수료를 내게 되는데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등까지 제하면 실제 업주에게 돌아가는 돈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정액제를 고집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광고 노출 위치가 제한되기 때문에 광고효과가 없어지게 되는 셈이니 정률제로 변경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배민 측은 52% 정도의 음식점이 수수료 개편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반박했지만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월 매출 155만 원 이하의 업소에만 유리한 상황이라고 재반박하고 있다.
국내 배달앱 시장의 99%를 독점한 기업. 바로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다. 이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던 이 회사가 지난해 배민을 인수하면서 국내 배달앱 시장을 사실상 한 회사가 독점하게 된 것이다. 학교 안 매점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경쟁자가 없으니 대체제도 없고 결국 이용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 독점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거나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상품을 공급해도 소비자 수요에 큰 변동이 없다. 그러니 제멋대로 할 수밖에...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문제 될 게 없다. 자유로운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발생한 자연적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배달앱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전체 배달시장을 놓고 볼 때는 독과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한다. 한마디로, 아직 자신들을 규제할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배달앱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창출해 낸 '혁신'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었다.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결국 모든 피해는 국내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돌아오게 됐다. 업주들은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 배달 팁을 인상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억울하고 불공정해 보여도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배민, 요기요, 배달통을 피해 이용할 마땅한 대체제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비대면 주문과 결제, 인수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예전처럼 매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하고 배달원을 만나 결제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소상공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결국, 소비자 중심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민족기업인 줄 알았다가 뒤통수 맞은 배신감은 뒤로 하더라도, 비정상적인 독점 시장을 무기로 국내 소상공인에게 횡포를 휘두르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배달의 민족 앱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 때마침,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어제 배민의 독과점 횡포를 비판했다. "공정한 경쟁질서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라며 독과점 배달앱의 횡포를 억제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로 불평등과 격차를 키우면 결국 시장경제 생태계가 망가지고 그 업체도 결국 손해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