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책 읽으라고 잔소리할 때 왜 안 들었나 몰라. 수능 비문학 지문은 하나도 손 못 대겠더라고..."
고3 생활을 끝내던 큰아이의 후회였다. 책 읽으라고 그리 잔소리를 했어도 결국은 읽지 않은 아이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었던 내가 자책되던 순간이었다. '엄마가 좀 도와줬더라면... 등 떠밀어줬으면 억지로라도 읽었을 텐데...'라고 말하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제 남편과 함께 다녀온 대형학원의 대입설명회 자료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6월 모의고사 국어 문항 중 오답률이 높은 문항들은 대부분 비문학 지문 문제들이었다. 화법과 작문, 문학 등의 문제들은 학습과 암기로 준비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비문학 지문은 아니다. 과학, 사회, 기술, 가정, 역사, 철학 등의 생소한 지문들은 문제 푸는 방법만 익힌다고 해서 풀리는 문제들이 아니다. 풍부한 배경지식을 가지는 것 까지는 힘들더라도 읽는 것에는 익숙해져야 한다. 자주, 꾸준히 노출되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는 얘기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둘째와 디베이트를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는, 매일 일정 분량을 읽히고 확인하는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카카오 프로젝트 100을 했던 나의 경험을 아이들에게 실시 혹은, 강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청소년을 위한 경제학 에세이>, <처음 읽는 헌법>, <인문 고전 100선>,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사피엔스>를 함께 읽었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좋다. 어찌 됐든, 선생님이 매일 읽으라는 부분을 읽고 감상평을 쓰다 보면 한 달에 최소 한 권은 완독 하게 되기 때문... 게다가 생소한 지문들을 접하고 이를 글로 쓰다 보니 사용하는 어휘도 풍부해지고 고민의 영역도 다양해지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도 매일 조금씩의 힘, 루틴의 위대함을 알려주고 싶었다.
매일 조금씩 제시하는 만큼만 차곡차곡 따라와 주면 좋으련만 그것마저도 쉽지는 않다. 반 정도의 학생들만 착실히 따라와 주고 있는 실정. 디베이트 본 수업과 상관없으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이건만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기를 쓰고 하고 손을 놓은 학생들은 도통 꿈쩍을 안 한다. 그러면서도 책 반납하라고 하면 그건 또 싫단다. 이래저래 내 할 일과 스트레스가 쌓이니 내가 나를 볶는 일이다.
내 자식에게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무슨 말을 해도 엄마의 말은 잔소리로 인식돼버리도록 기본 세팅되어있으니 책 읽기 강요가 듣기 좋을 리 없다. 밤 11시가 넘어가 "책 읽자~~"라고 하면 그제야 느릿느릿 책을 집어 든다. 읽든지 말든지 확 그만둬버릴까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자발적인 책 읽기가 아니니 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생긴다. 억지로 하는 독서에서 얻어가는 것이 있을 것인지... 결국 선생으로서 엄마로서 할 만큼 했다는, 면죄부를 향한 집착이 아닌지...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책 읽기는 아무리 강요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