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아홉 번째 시시콜콜

<학교 편>

by 늘봄유정

축 당선!

2020학년도 OO고등학교 학부모회 회장에 당선된 것을 축하합니다.


축하할 일인지 모르겠다. 당선이라는 것이 무색하다. 단일후보 무투표 당선. 아니 사실, 아무도 나서는 이 없으니 작년에 하던 이들이 하는 수 없이 자리 하나씩을 맡은 것일 뿐인데...

큰아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3년간 회장직 2년과 감사직 1년으로 학부모회 일을 했다. 보통은 아이가 공부를 잘하거나 다년간의 경험이 있는 이가 학교일을 하건만, 지인의 추천으로 시작해 지난 3년간 학교일에 발 담갔다. 도저히 못한다고 '극구' 사양하고 나 몰라라 해도 되었을 텐데, 아이가 다니는 학교이니 냉정한 거절이 힘들었다. 거기에, 저 밑에 있던 권력욕까지 합쳐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끝났다 싶었는데 작은 아이가 같은 학교에 입학했더니 다시 시작이다. 학교 입장에서도 하던 사람이 하는 게 편할 터...


남편은 '오지랖녀'라며 혀를 끌끌 찬다.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 일에 시간과 열정을 쏟는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학부모회 일이라는것이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에 전달하고 학교의 입장이나 답변을 알리는 것, 학부모들이 학교 참여에 적극적일 수 있도록 소통의 채널을 다양하게 마련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를 위해 지역 네트워크 회의나 연수에 참여해야 하고 학부모님들과의 만남도 자주 가져야 하니, 개인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야 하는 일이다. 하는 일 없이 이상하게 마음이 분주하고 부담스럽지만 알아주는 이는 없고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인 자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 이건만 아이보다 내가 더 신경 쓰이고 내가 더 열심히 학교를 다니는 꼴이 된다. 내 아이의 학교생활을 위해 봉사한다지만 정작 내 아이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 급기야는 서로 다른 학교를 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허나...

지난 3년이 헛되지는 않았다. 주변인으로 머물던 학부모에서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니 시야가 달라졌다. 공교육은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발맞춰 가야 한다는 믿음이 생겼으며 이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모색했다. 고민은 실천으로, 실천은 또 다른 기회로 이어졌다. 지역사회의 교육자원봉사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경기도 교육청의 학부모 참여 온라인 콘텐츠 TF팀에도 합류했다. 'connecting the dots'를 열심히 실천중 인 셈...

개인의 성장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우리 아이가 살아갈 사회를 위한 일이니 결국은 이기적인 목적도 달성하는 것 아니겠는가... 무의미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고 하면 너무 무력 해질 테니 이렇게라도 의미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학부모의 학교참여는 다 부질없는 짓이다. >


* 쌓여있는 당선증과 감사패를 보니... 부질없음의 완벽한 증거물을 모으는것 같다.


* 내게 주어지는 모든 기회는 내가 살아온 날들에 대한 보상이다.
by 송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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