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번째 시시콜콜

<가족 편>

by 늘봄유정

간밤의 생쇼... 재난 극복기


지난주 신청한 큰아이의 재난소득 선불카드가 승인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이제 막 성년이 되어 신용카드도 없고 지역화폐 카드도 없던 터라 선불카드를 신청해 놓았던 것.

혹시라도 자신의 지분을 주장할까 싶어, '이건 개인에게 주는 게 아니라 각 가정의 재난 상황 극복을 지원하는 의미이니 생활비로 쓰겠다'라고 선포를 해 놓은 상태였다. 그래도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어, 친구들 만나러 나가는 아들에게 한 번만 쓸 기회를 주겠노라 큰 선심 쓰듯 카드를 전해주었다. 그로부터 3시간 뒤, 귀가가 늦는 아이에게 전화를 하니 지갑을 잃어버려 친구들과 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아이의 당황하고 다급한 목소리... 덩달아 당황하고 복잡한 심경이 된 나...


"어디서 잃어버렸는데?"

"잃어버릴 곳이 없는데... 모르겠어... 노래방 CCTV 보니 나올 때 손에 들려있었는데... 친구 차 타고 바로 집으로 왔는데 내릴 때 보니 없어서..."

"차에 잘 찾아봐~ 좌석 밑에 손 넣어서 다 훑어보고~"

"다 해봤어..."

"선불카드 괜히 줬다... 그거 재발급도 안되는데..."

"찾으면 들어갈 테니 먼저 자."

"어떻게 잠이 와..."

"내가 제일 미치겠어 지금..."


그렇지... 본인이 제일 당황스럽고 미칠 것 같을 텐데... 그런 아이의 심정은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선불카드에 들어있는 돈 20만 원에 이리도 흥분하다니... 온갖 창피함에 나야말로 미칠 지경이 되었다.

'왜 그걸 홀라당 줬을까?'

'왜 아이의 마음을 먼저 챙겨주지 못했을까?'

'왜 20만 원에 이리도 벌벌 떠는가?'


두 시간 동안 지갑을 찾아 싸늘한 밤거리를 헤매던 아이는 포기하고 집으로 오던 중 아파트 앞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했다. 친구 차에서 내릴 때 떨어졌었는데 엄한 곳만 찾아 돌아다녔던 것이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들어온 아이는 엄마의 따가우면서도 흔들리는 시선, 무슨 말이든 해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듯 오물거리는 입을 등으로 막아가며 "찾았으니 됐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니까 일찍 일찍 좀 다녀!"라는 엉뚱한 말만 던지고 돌아서 나오는 나 자신이 한없이 민망했다.

'재난소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밤 중 재난을 겪었다. 그런데, 그 재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난 한없이 부족한 엄마다. >

* 찬성 측 주장밖에 떠오르지 않는 주제다...

미안하다. 아들아...


- 번외 편 -

아이가 외출한 뒤 뉴스 검색을 하다가 "재난소득 선불카드, 받자마자 등록해야 하는 이유"라는 기사를 보았다. 재난기본소득 무기명 선불카드를 받은 후 카드사 홈페이지에 정보를 등록해 놓으면 도난, 분실 시 재발급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다. 왜 그럴 때 있지 않나? 지금 생각났을 때 바로 행동해 놓아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을 때...

등록하려면 카드 정보가 필요하다기에 '카드 앞면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할까?'라고 생각만 하다가 말았다. 한참 놀고 있을 아이를 방해할 만큼 시급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설마 오늘 잃어버리겠어?'라는 마음도 강했기 때문... 그런데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아이가 자신을 책망하던 마음 그 이상으로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아오.... 아까 생각났을 때 행동으로 옮길걸...'


그래서 오늘의 추가 Topic은...

<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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