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입주를 시작했으니 햇수로 17년 된 우리 아파트는 조경이 볼만하다. 크고 굵직한 나무들도 많고 지하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중앙광장 앞 주도로는 계절마다 예쁜 풍경을 선사한다. 특히 가을이면 분위기에 젖어도 좋을 만큼 형형색색의 나뭇잎으로 눈이 호강하는데...
얼마 전 전지작업을 한다는 공고가 붙고 며칠 뒤 보니, 이게 살까 싶을 만큼 흉한 몰골의 나무들만 남아버렸다. 가지라는 가지는 다 쳐낸 것 같고 몇 개 남은 가지에 이파리도 드문드문 겨우 붙어있는 것이 흡사 새총 같았다.
나만 그리 느낀 건 아니었다. 다수의 입주민들이 관리실로 문의, 항의 전화를 했단다. 돌아온 답변은, 7년 동안 한 번도 손을 보지 못해 이번에 대대적인 작업을 했으며, 전문가들이 한 것이니 안심하셔도 된다고...
물론, 조경도 모르는 사람들이 가위만 들고서 아무 데나 잘랐겠는가... 나무의 특성과 생리를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겠지... 가지는 자랄 것이고 잎은 다시 무성해지지 않겠는가. 성질 급한 입주민들이 고새를 못 참고 방방 뛴다고 생각할 것 같아 큰소리를 내기도 뭣하다.
그러나 조경이라는 것이,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심미적인 부분이 더 중요한 것 아닐지...이건 그냥 집에서 재미삼아 길러보는 화분이 아니지 않은가... 게다다 그 아이들은 아파트 정문에서 중앙광장 옆으로 쭉 줄 서있어 아파트의 첫인상이자 입주민들의 눈을 정화시켜주는 예쁘고 자랑스럽기까지 한 초록이들이었기에 무언가 모를 상실감이 크다.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조경은 기술적 측면보다 미적 측면이 우선되어야 한다.>
< 전문가의 안목을 믿어야 한다. >
* 올가을엔,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정문을 나서며 가을을 만끽하기는 글른것 같다...
올겨울엔, 나뭇가지마다 차분히 눈이 쌓인 풍경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내년 봄엔, 기대해도 되겠지?
왼쪽 사진은 정문 옆. 여긴 잘 살려두어 다행이다. 오른쪽 사진은 메인도로 전지작업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