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번째 시시콜콜

<생활 편>

by 늘봄유정

"오늘은 뭐에 대해서 썼어?"

"너! ㅎㅎ"

"나? 나에 대해 뭐?"

"읽어봐~"

"왜 나에 대해 써? 그건 내 사생활 침해야!"

"너를 소재로 썼지만 너만의 이야기는 아니지. 내 아들과 관련된 이야기이니까 엄마의 삶,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한거 아냐?"

"어쨌든 나를 소재로 한거잖아."

"사람이 혼자 사는게 아닌데 어떻게 온전히 자기 이야기만 쓸 수가 있어...?"

"순전히 엄마 관점으로 본 타인의 이야기일뿐이잖아. 내가 당시 느꼈던 감정이나 나의 의도는 빠진 이야기잖아."


인지하고 있었으되 잊고 있었다. 내가 글의 소재로 얼마나 많이 '가족'을 소비하고 있는지. 그것이 그들에게 부담이면서 불쾌한 일일 수 있다는 것을... 나아가, 기록으로 남겨진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가 타인들에게서 다시 소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말이다.


지난 금요일에 올린 글이 남편의 참치 사랑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틀동안 3만뷰를 넘겼다. 다음 메인화면에도 계속 자리잡고 있고 구독자수도 늘고있다. 그런데 어떤이의 댓글 하나에 우리 부부는 잠시 얼떨떨했다.

" 자격지심 많고 이기적인 사람은 결혼하면 부부 둘다 고통받음. 혼자 사는게 답."

부인이 차린 밥상 앞에서 참치캔을 딴 남편을 향한 말인지, 그런 남편을 너그러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에 대한 공격이라고 받아들인 작가를 향한 것인지 모를 문장 하나. 어쩌면 지나가는 나그네의 방향모를 넋두리였을 수도 있는 그 글에 아차싶었다. 거기다 아들까지 직접적으로 불만을 이야기 하니...


브런치에 글 200개를 올리고, 최근 세편의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가 조회수 몇만을 찍는 경험을 하면서 초반에 가졌던 두려움과 걱정들보다는 숫자가 주는 단맛에 취해있었나보다. 그저 '읽혔다'는 것, 주목 받았다는 것에 도취해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쓸까?'가 아니라 '이번엔 누구 이야기를 쓸까?'하며 먹잇감을 찾아 다닌 꼴이 되어버렸다. 남편, 아이들, 부모님, 시어머님할것 없이 돌아가며...


글이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망각하고 있었다.

나오면서 휘발되어 버리는 말과는 달리, 노트 속에 꾹꾹 눌려 담겨지거나 사진속에 박혀있거나 컴퓨터 하드안에 영원히 박제될 수 있는 '글'. 그것이 갖는 영원함, 지독함. 그 끝에 따르는 무한한 영광, 혹은 끝모를 공포.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가족을 소재로 한 글은 그들의 사생활 침해다. >

< 글은 위험하다. >


* 글이 위험한게 아니라 브런치가 위험한 존재다. 브런치가 위험한게 아니라 조회수의 늪에 빠진 내가 더 위험하다.

* 그럼 이제...난 뭐에 대해 쓰지? 어디까지가 내 이야기이고 어디까지가 그들의 이야기일까...

* 가족에 대한 글이 그들에게 부담인지 아닌지에 대한 글을 씀으로써 다시 가족을 들먹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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