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네 번째 시시콜콜

<생활 편>

by 늘봄유정

"인생에서 가장 크고 감동적인 변화는, OOO 학설입니다만. 소녀가 엄마로 변하는 그 순간입니다. 남자들은 그런 걸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도 철이 안 듭니다."


모 국회의원의 위와 같은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 비판이 쏟아지자 당사자는 세심하지 못한 발언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갑자기 궁금했다. 모두가 떳떳하게 비판할 수 있는지... 문제시된 발언을 들었을 때 "헉! 어떻게 저런 말을?"이라고 생각했는지, "저 말이 뭐 어떻다는 거지?"라고 생각했는지...


'아이를 낳으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부모가 되어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말들은 흔히 들어오고 말해왔으며 일면 맞는 구석도 있다고 생각해왔다. 개인의 역사만 보더라도, 출산과 육아 이전과 이후의 나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는 나를 매 순간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게 해 줬다. 작은 성공에 자만하거나 작은 시련에 절망하지 않도록 즉, 겸손하면서 의연한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주었다. 남이었던 두 사람을 부모라는 끈으로 연결해주었으며 덕분에 덜 이기적으로 살 수 있었다. 적어도 내 인생에서는 가장 크고 감동적인 변화인 것이 맞다. 발언을 한 정치인 역시 '이것도 OOO학설입니다"라며 개인의 주관적 견해임을 밝히지 않았던가? 누군가에게는, 부모의 이름을 가진 자에게는, 아내가 위대하다고 느꼈던 남편이라면 할 수 있는 말 아닐까.


그런데 그런 생각을 말로 표현할 때는 주변을 살피게 된다. 비혼이거나 불임인 지인이 옆에 있다면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이야기조차 자유롭게 얘기하는 게 민망하다. 나에게는 일상인 일이 타인에게는 불편한 고민거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모가 되는 것만이 인생의 가장 큰 감동이라고 얘기하기에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성장과 감동, 행복의 순간들이 많다는 것을 그들을 통해 알게 된다.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동동거리던 그 시절에 그들 역시 침대에 누워 내내 천장만 바라보며 살아온 게 아니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치열한 일상을 살아온 이들이니 내가 모르는 스펙터클한 인생을 경험했고 그 속에서 나와는 또 다른 차원의 감동적인 변화를 맞이했을 터이다.

또 하나의 근거를 들자면, 부모가 되고도 제정신 못 차리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던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방치하고 학대하고 죽이는 사람들. 소녀가 엄마가 되는 감동적인 변화를 하고도 짐승도 안 하는 짓을 하는 이들...


개인도 말 한마디에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는데 공인이라면, 다양한 국민을 감싸 안아야 하는 정치인이라면 개인의 소회를 말하는데도 조심조심스러웠어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의 말 한마디에 공감하며 손뼉 쳐줄 이도 있겠으나, 남모를 슬픔을 삼키며 등 돌릴 이도 있을 것이니...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사람의 마음을 얻기란 어렵다. >

< 사람의 마음을 얻기란 쉽다. >

< 부모가 되어야 어른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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