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 학교의 물품선정소위원회 회의가 있었다. 형식적인 회의인 줄 알고 맘 편히 참석했는데 학교 방송통신설비 업체 선정을 위한 것이었다. 학교 방송설비가 아날로그 방식인 데다가 노후되어 수능을 치르기에 부족하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터였다. 잘 모르는 분야이기도 하거니와 학교 선생님들만큼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두꺼운 자료집을 꼼꼼히 읽고 나름의 비교표를 작성해가며 점수를 매겼다.
1억 여원의 예산이 편성되어있으니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절실한 사업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공사대금이 지정된 기일에 현금으로 들어오니 이만한 사업이 어디 있을까. 입찰에 참가한 5개 업체는 각각 10분씩 PT를 하고 5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공정하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 동안 집약적인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니 회사 입장에서는 준비된 사원을 보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어떤 업체는 학원이라도 다닌 것처럼 PT의 정석이란 이런것이다를 몸소 보여주었고 어떤 업체는 '저 사람은 그냥 엔지니어인가?'싶을 정도였다. 사실, 방송통신 기계나 프로그램들은 다 엇비슷할 것이니 결국 PT에서 최종 결정이 판가름 나는 것 아닐까 의문이 들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PT는 듣기도 보기도 좋고 이해하기 편했다. 순서에 따라 준비된 내용을 정확히 전달했고 학교 측의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진정성이 떨어졌다. 기계적인 PT와 기계적인 답변. 학교 설비가 가진 애로사항이나 문제점에 대한 별다른 의식 없이 그저 매뉴얼대로 읊어댔다. 그러다 보니 다른 업체보다 규모가 크고 전문성이 있다고 해도 왠지 정이 가지 않았다. 물론 감정적인 기준으로 선정해서는 안되지만 말이다.
어눌하면서도 아마추어 같은 PT는 안쓰러웠다. 아직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가보구나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PPT 화면도 덜 화려했고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설비 자체에 대한 질문에는 전문적으로 답변했고 사전 방문 때 학교 측에서 주문했던 사항을 잊지 않고 발표 내용에 담았다.
학교 입장에서 챙겨야 할 것은 학교에서 원하는 내용을 모두 구현하였는지 사후 관리는 철저한지의 부분이다. PT자를 철저히 준비시켜 내보낼 정도의 체계를 갖추고 규모가 큰 회사가 아무래도 경험이 많을 테고 AS도 철저할 수 있다. 반면, PT에는 신경을 못썼지만 내실 있고 실력 있는 회사가 앞으로의 발전을 생각해 더 세심히 챙겨줄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소위원회 위원들은 오랜 시간 고심했다.
결과는 모른다. 각자 채점표를 제출하고 끝났으니.
과연,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처럼 훌륭한 PT를 완벽히 소화해낸 업체가 선정되었을까? 모양은 그저 그렇지만 진정성 있는 맛이 느껴지는 업체가 선정되었을까?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업체 선정에 있어 PT는 결정적 요소이다. >
<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