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번째 시시콜콜

<사회 편>

by 늘봄유정
아름다운 꽃 진선미
보란 듯이 피었네
햇빛처럼 별빛처럼
찬란하고 은은하게

꿈속에서 뽑힌 너는
미스코리아
꽃구름에 사인 너는
미스코리아

이런 '시'도 다 있나? 싶다면 20대 초반 이하일 듯싶다. 반면 자기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면, 지상파 중계방송이 중단된 게 2002년이라고 하니 노래와 장면을 기억한다면 최소...


1957년에 시작한 <미스코리아> 대회는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사절'을 뽑는 '미의 제전'이라고 불렸다. 미스코리아 중계방송이 하는 날이면 온 식구가 둘러앉아 몇 시간이나 되는 방송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며 누가 진에 뽑힐지 저마다 점쳐보고 내기를 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미스코리아 본선 입상은 연예인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는 셈이었고 실제로 많은 수상자들이 연기자로 여전히 활동 중이다. 사자머리와 수영복 심사, 진에 당선돼 미용실 원장님을 찾으며 감격에 겨워 울던 장면, "나 미스코리아 OOO은 미의 사절로서..."라는 오글거리는 멘트를 날리며 왕관과 봉을 들고 천천히 걷던 진의 워킹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던 미스코리아. 각종 뇌물, 비리사건이 터지고 여성의 상품화 논란 등 시대 변화와 맞물려 위상도 떨어졌고 이제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누가 진선미인지 알지도 못한다.


수업 중 초3 학생 한 명이 연필 하나 가지러 가면서 교실을 한 바퀴 삥 돌길래,

"OO아~ 왜 그리 천천히 삥 돌아가? 미스코리아니?"라고 물으니 미스코리아가 뭐냐고 되물어왔다.

그러자 다른 아이가 답했다.

"저 알아요. 우리나라에서 결혼 안 한 여자 중에 누가 제일 예쁜지 뽑는 대회였잖아요?"

대회 장면을 본 아이는 없었다. 지금은 왜 안 하냐고 물어왔다. 없어진 게 아니라 중계방송만 안 하고 있는 거라거나, 성상품화니 뇌물이니를 말해주기 전에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왜 없어졌다고 생각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한 아이가 답했다.

"우리나라에 예쁜 여자들이 너무 많아져서 그런 거 아닐까요?"

우와... 신박한 대답에 나 혼자 감탄을 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예쁜 여자들이 너무 많아져 대회가 폐지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싶다.


저녁에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반론을 제기했다.

"아이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수 있겠네. 난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해. 성형이 만연해서 오히려 진짜로 예쁜 여자를 찾기 힘들어진 거지. 다 똑같이 생겨버렸으니..."


원래 미인대회의 취지는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마음을 가진 여성을 뽑는 것일 텐데 모두 '예쁜 외모'만 이야기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미인 대회는 없어져야 한다. >

< 미스코리아 대회 폐지는 정당하다. >

< 미인대회는 외모만이 평가 기준이다. >


* 생각난 김에 미스코리아 대회 영상을 찾아보니, 손발뿐 아니라 시공간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해야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예순여덟 번째 시시콜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