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편>
똥 손에서 금손으로 거듭난 줄 알았다.
우리 집에 오기만 하면 족족 죽어나가던 식물들이 1년여 전부터는 가지를 쭉쭉 뻗어나가고 분갈이가 시급할 정도로 빽빽해졌다. 서너 개에 불과하던 화분은 급기야 10개를 넘어섰으며 가지를 잘라 물꽂이 해둔 아이들만도 여러 개. 반려동물 대신 반려식물로 노후를 심심치 않게 보내볼 수 있겠다는 장밋빛 미래도 꿈꾸었다.
그 모든 것이 원예에 일가견이 있는 지인의 손길이 주기적으로 닿았기 때문임을 망각하고 새 화분을 들인 게 화근이었다. <헤베>라는 이름의 보랏빛 꽃이 탐스럽게 열려있던 그 아이는 볼 때마다 사랑스러웠다. 초록이들만 가득하던 베란다에 드디어 식물다운 식물이 들어왔구나 싶어 내심 뿌듯했었다. 그러기를 채 2주도 되지 않았건만... 어느 날 아침 보라색 꽃은 오간데 없고 갈색으로 홀딱 변해버린 그 아이... 자세히 보니 초록잎 위에 흰 비듬 같은 것들이 잔뜩 떨어져 있었다. 식물에 문외한이라도 그 정도는 안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 진딧물이나 뭐, 어떤 그런, 식물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생겼다는 정도...
근처 화원에 가서 상황을 설명하니 사장님께서 말씀하신다.
"깍지충인가보네요. 집에 스프레이 없으세요? 아.... 없으세요? 식물 키우는 사람들은 이거 하나쯤은 꼭 갖고 계셔야 해요. 아무리 잘 키우는 사람이라도 벌레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스프레이의 사용법을 자세히 듣고 집으로 돌아와 말씀하신 그대로 실행했다. 이틀에 한번 뿌리고 물 한번 뿌리고 하기를 세 번 정도 반복하면 없어질 거란다. 다른 식물들과 격리해야 하는 것은 필수고 바람이 잘 드는 창가에 두라고.
이 길에 괜히 들어섰나 싶다.
실패는 어디까지나 실패다. 잘 못하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느니 실패한 영역은 뒤도 돌아보지말고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게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나를 위해서나 그 아이들을 위해서나.
읽던 책이나 열심히 읽고 음악이나 들을 것이지. 그것도 싫증 났다면 걷기를 더 열심히 하던가. 아니면 뜨개질이나 미싱을 배워 무언가를 남기는 생산적인 취미를 가질걸 그랬나 싶다. 하지도 못하는 걸 해본답시고 집은 점점 어수선해진 것 같다. 겨울 내내 마루 한편을 차지한 화분들 덕에 실내 자전거도 제 자리를 내주어야 했으니 말이다. 언제 물을 주어야 하는지 모르니 알람까지 맞춰놓느라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니었으며 말을 걸어주니 잘 크더라는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아침마다 실성한 사람처럼 대답도 없는 그 아이들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아이구, 그랬쪄~~~? 잘잤쪄~~~? 목말랐쪄~~~?"
"아이구 예뻐라~~~ 아이구 예뻐~~~"
그렇게 가식적인 대화를 마치고 나면 언젠가는 죽을지도 모를 애들이라는 서늘함이 늘 따라다녔다. 그간 나를 스쳐간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과 함께...
분사 호스로 콧노래 부르며 물을 실컷 준 해피트리는 얼어 죽었다. 한겨울 베란다가 살인 장소.
정성껏 물 주고 영양제까지 꽂아준 스투키는, 배가 터져 죽었다. 현재 죽어가는 녀석들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
하지만...
삭막하던 집에 화초 몇 개 들여놓았을 뿐인데 눈이 맑아지지 않았던가. 공기정화가 된다더니 진짜 먼지도 줄어든 것 같았고 왠지 가족들의 정서 상태도 더 안정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잘 자라던 몬스테라를 여러 집과 남편 사무실에까지 입양 보내는 나눔도 실천하였고 지인들의 원예 관련 대화에도 은근슬쩍 낄 수 있지 않았던가? 누구나 처음이라는 과정은 있기 마련이니 이 고비만 잘 견딘다면 또 한 단계 성장한 원예가가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도 재미 아니겠는가?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일단 도전해보라는 말일까 아니면, 거듭된 실패로 자존감이 나락으로 떨어지느니 그런 일은 과감히 집어치우라는 말일까...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안 되는 일은 안된다. >
<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
* 깍지충 제거 스프레이를 뿌려놓은지 하루밖에 안 지났으니 아직 벌레가 보이는 게 당연한 건데, 조급증이 발동했다. 이러다 싹 다 죽어버리면.... 다시는 시작하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