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편>
페스트는 그 작용상 효과적으로 발휘해온 무작위성으로 인해 우리 시민들 사이의 평등을 조장해야 했을 텐데, 이와 반대로 이기심들의 정상적인 작용으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불공정이라는 감정을 더 첨예하게 만들었다. - 페스트 중
몇 달 전 코로나 19 확산의 정점에서 읽었던 <페스트>를 다시 소환해냈다. 아이의 고등학교 같은 학년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다시 반복된 인간의 이기심을 목도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을 사는 학부모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어떤 주는 온라인 클래스이고 어떤 주는 등교 수업이다. 또 어떤 주는 반반 나뉘기도 한다. 학교 행정과 수업일수 등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정신을 바짝 차리는 일뿐이다. 밥 먹여 학교로 보내는 날인지 컴퓨터 앞에 앉히는 날인지. 물론 학생이 스스로 잘 챙겨야 하는 게 우선이고 말이다.
이번 주는 등교 수업주간이었다. 등교 준비를 하던 중, '오늘은 전교생 온라인 학습으로 전환하니 등교하지 마시라'는 문자를 받았다. 폭우 때문인가 싶었는데 연이어 전달된 메시지들은 교내 확진자 발생을 알렸다. 학생들의 등교는 중지되었고 선생님들도 최소한의 대책 인원만을 남기고 귀가 조치되었다.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를 신속히 알리겠다는 학교의 안내가 무색하게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초유의 사태', '미증유의 사건'이라는 말에 단련이 되었던 반년이었는데도 정작 코앞에 떨어진 바이러스에 또다시 안절부절 우왕좌왕.
학부모회 회장직을 맡고 있던 터라 담당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현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당부의 말씀을 전하셨다. 즉시 학부모회 임원 톡방과 전체 학부모밴드에 '역학조사가 나올 때까지 답답하시더라도 여유를 갖고 기다리시라'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확진 학생의 쾌유를 빌었고 무사히 이 상황이 지나가기를 기원했다.
일반적인 여론과는 달리 일부 고3 학부모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방학과 생기부 마감을 앞둔 오늘 주제탐구 발표를 비롯해 제출할 것이 많다는 건의가 들어오고 있었다. 확진자가 발생한 이 상황보다 더 당혹스러웠다. 감염에 대한 우려와 본격 입시 준비를 위해 2학기 때는 온라인 클래스를 병행하며 간헐적 등교를 주장하던 이들이었다. 그런데 확진자가 발생한 이 상황에 학교를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성토를 하고 있었다. 생기부 등재를 위한 활동 마지막 날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씁쓸하지만 이것이 입시위주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이고 거기에 길들여진 학부모들의 민낯이다. 나 역시 입시에서 자유롭지 못한 학부모이니 그들만이 이기적이라고 함부로 비난하지 못한다. 속상하고 조급한 마음은 수험생 학부모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이해하고자 노력 중이다. 노력은 하겠지만 공감은 힘들다. 당장 오늘 학교를 가지 않으면 우리 아이의 입시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불안감에는 타인의 안전과 건강, 학교라는 공동체에 대한 배려가 전혀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들이닥친 재난에 모두가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우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고 차분하게 해결해 나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페스트의 한 구절처럼 '인간이 페스트나 삶과의 경기에서 얻을 수 있는 전부는 경험과 기억'이라서, 민낯을 드러낸 이들에 대한 기억과 그들과는 달리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았던 이들에 대한 기억은 남는다.
페스트 간균은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고, 수십 년간 가구나 옷 속에서 잠들어 있을 수 있어서 방, 지하실, 짐가방, 손수건, 폐지 속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가 사람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쥐들을 깨워 그것들을 어느 행복한 도시에서 즉으라고 보낼 날이 분명 오리라는 사실을 믿는다. - 페스트 중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인간은 이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