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
깜깜한 밤하늘을 작고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 채웠다. 쏟아질 듯, 손에 잡힐 듯 선명하고 가깝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설레고 벅차오른다. 찬란한 장면이다.
scene 2.
정성스레 밥을 차린다. 누구를 위한 밥상인가 궁금해하는데, 위암으로 돌아가신 큰외삼촌이 밥상 앞에 앉으신다. 위의 상당 부분을 떼어내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시고 돌아가신 큰외삼촌은, 차려드린 밥상을 맛있게 드신다. 기분 좋은 장면이다.
25년 전 나는 이 두 개의 꿈을 꾸고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다.
scece 3.
<안동역에서>를 부른 가수 진성, <무한도전>의 하하, <미스터 트롯>의 정동원, 이 생뚱맞은 조합의 사람들과 바닷가로 물놀이를 갔다. 한참을 신나게 놀고 있는데 멀리서 다가오는 밀물이 눈에 들어왔다. 순식간에 해변을 뒤덮은 물은 급류가 되고 있었다. 하하와 정동원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얼른 차에 올라탔는데, 진성 아저씨가 문제였다. 어린아이처럼 더 놀다 갈 거라고 어찌나 고집을 피우시던지... 애교도 없는 내가 아저씨의 팔을 잡고 갖은 아양을 피고 회유를 한 끝에 겨우 탈출에 성공했다. 차 꽁무니를 따라오며 넘실대는 바닷물을 뒤로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다행이다...
scene 4.
베란다 방충망에 생긴 작은 구멍으로 검은 무언가가 들어왔다. 구멍을 간신히 빠져나온 그것은 몸을 부풀려 제모습을 드러냈다. 사자의 갈퀴나 목도리도마뱀의 목도리를 두른것 같이 생긴 검은 고양이였다. 무섭다거나 흉측한 게 아니라 그 모습이 하도 신기하여 한참을 쳐다봤다. 영험함이 느껴졌다.
최근 2주 동안 두 개의 꿈을 연달아 꿨다.
반수를 한 아들은 원하는 대학의 원하는 학과에 추가 합격했다. 설 연휴가 끼어있어서 최초 합격 발표 이후 열흘만에 받은 낭보였다. 급류에 휩쓸리기 직전 가까스로 탈출한 것처럼, 극적인 합격이었다. 애를 태울때로 태운 결과였다.
아침에 눈뜰 때마다 그날 꾼 꿈에 대해 좋게 해석한, 다분히 확증편향적인 해몽만 찾아다닌 나였다. 1년 가까이 아이가 쏟아부은 노력과 엄마 아빠의 뒷바라지가 잘 꾼 꿈 하나보다도 못한 것처럼 여겨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의 손을 떠난 일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꿈 꾸는 것밖에는 없었다. 종교가 없어 지성으로 기도할 곳도 없으니 말이다.
어쩌면 좋은 꿈을 꾸어야 한다는 의식적인 노력이 꿈을 조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 아니라 다분히 '의식'을 의식한 '무의식'의 대답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꿈에 좋은 결과, 극적인 꿈에 극적인 결과를 받은 지금, 그 모든 꿈에 감사하다. 아들이 꿈꾸던 목표를 성취한 것이 꿈만 같고, 꿈을 꾸었기에 꿈이 이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자격증 2차 시험을 앞두고 남편 역시 특이한 꿈을 꿨다.
인도네시아 여왕에게 극진히 식사를 대접하는 꿈이었는데, 예지몽임을 확신했다.
결과는? 떨어졌다.
이유는? 부족한 실력 탓이 크겠지만, 꿈 자체가 부실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인도네시아는 군주제가 아닌 공화제 국가다. 여왕이 아닌 대통령이 통치한다는 얘기... 즉, 개꿈이었다. 다만, 꿈속에서 만난 여왕의 얼굴이 인도네시아 영부인의 얼굴과 똑같다며 소스라치게 놀라워했다. 자신은 인도네시아 영부인의 얼굴을 본 적도 없었을뿐더러 봤다해도 기억할리 없지 않냐는 것이다.
그의 시험 합격에 대한 염원을 의식한 무의식이, 언젠가 우연히 스쳤을 인도네시아 영부인의 얼굴을 끄집어내어 꿈에 등장시킨 것이 아닐까. 다만, 정치체제에 대한 상식은 부족하여 여왕인지 영부인인지는 팩트체크를 하지 못한 것. 그렇게 2% 부족한 디테일은 2% 부족한 꿈을 만들었고 2% 부족한 점수를 예지했다. 어쩌면 그 꿈은 자신의 부족한 실력에 대한 자각이었을 수도 있겠다.
부디, 7월에 있을 재도전 전에는 제대로 된 꿈을 꾸기를 기도한다. 아니면,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던 꿈이 합격을 예지한 것이기를 기원한다.
꿈을 꾸었으니 꿈을 이루어야 하지 않겠는가...
* 사진은, 인도네시아 위도도 대통령과 이리아나 위도도 영부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