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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Feb 21. 2021

그렇게 우리는 꼰대가 된다.

"여보! 영화 보러 갈 때 극장 간다고 하지 않나?"

"그렇지? 왜?"
"30대 직원들이랑 얘기하는데 극장이라고 했다가 얼마나 웃음을 샀는지... 요새 누가 '극장'이라고 말하냐 하더라."

"그럼 뭐라고 하지?"
"영화관. 요즘은 영화관이라고 한대."

"영화관이라고 하긴 하지만, 극장이라고 한다고 그게 옛날 사람이라고?"


남편의 경험담에 함께 멘붕에 빠졌다. 이미 그도 나도 옛날 사람 축에 속한다는 것에 한번, 남편이 느꼈을 당혹스러움이 생각나 또 한 번.

나이로 거리두기와 선긋기를 당했으니 얼마나 절망스러울 것인가. 하지만 요즘 들어 폭풍 치듯 책을 읽어대고 유난스러울만치 말이 많아진 남편을 보며 변화를 실감하던 터였다. 남편뿐 아니었다. 최근, 주위에 있는 몇몇 50 전후의 남자들을 보며 느낀바였다. 그들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코로나 19,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최근 1년간 이래저래 두드려 맞는 일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책을 펼쳐 들었다.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많다. 세상의 변화가 책에 모두 들어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궁금하던 모든 것을 명쾌하게 소개하는 책들에 경외감을 느낀다. 때로는 평소에 내가 하던 생각을 저명한 저자도 하고 있다는 것에 자못 우쭐해지기도 한다.
새로 알게 된 사실들에 흥분이 된다. 세상의 흐름과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 2,30대에 이 사실들을 알았더라면 내 인생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크다.

알려줘야 한다. 그들에게. 세상이 이렇게 급변하고 있음을, 지금 아는 것이 다가 아님을, 어서 빨리 변화에 올라타야 함을, 그들은 나와 달리 더 잘 살 수 있음을.

어디 있지? 어디 있어? 저기 보인다.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한 자들. 아직도 열심히, 묵묵히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과거의 나 같은 그들이.
내가 보고 들은 것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전해주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저들도 곧 나이 들어갈 것이고 나와 같은 후회를 하게 될 터이니... 미래에서 온 사람이 되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어야 한다.'


순전히 나의 관점으로 추측한 것이다. 그들의 순수하면서도 절박한 눈과 진지한 목소리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 한가운데서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읽고 보다 보니 마음이 급해진 그들은 말이 빨라지고 많아졌다. 그들의 아내, 자녀뿐 아니라 주변에 보이는 그보다 젊은 이들에게 반드시 한 마디씩을 건넸다. 틀린 말 하나 없고 주옥같은 이야기들이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이야기들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공허하다.

그들의 입을 통해 나온 말들은 들어갈 귀를 못 찾았다. 공중에 부유하다 서서히 사라졌다. 고개를 끄덕이고 들어주는 상대를 분명히 본 것 같은데 냉큼 집어먹고 소화시키는 것까지는 보지 못했다.

분명 이기적인 마음에서 나온 말들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를 생각해서 해주는, 애정이 듬뿍 담긴, 이타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그런데 외면당한다. 몇 번 반복되다 보면 저지당하기도 한다. 꼰대라며... 그래서 그들이 짠하다. 애처롭다.


어쩌면 그들의 이야기는 가끔씩 걸려오는 부동산정보 전화나 금융사기 전화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고객님~ 저희가 너무 좋은 상품이 있어 고객님께만 꼭 알려드리고 싶어 전화드렸어요~ 저금리 시대에 연 00%의 수익을 가져가실 수 있는 혜택을 모든 분들께 알려드릴 수는 없어서 몇몇 고객님께만 특별히...."

"그렇게 좋은 정보라면, 전화 주신 분께서 먼저 챙기셔야죠~~~"



그들을 애처로이 생각하며 쓰다듬어주는 나도 꼰대겠지 싶다. 그들과 나까지 선 그으며 발 빼고 싶지는 않다. 다 거기서 거기지...

그저 애쓰지 말자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 아는걸 그때도 알고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우리는 잊고 있다. 그때 분명히 우리에게도 넌지시 알려주던 이들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들도 지금의 우리처럼 초롱초롱한 눈을 해서 우리를 앉혀놓고 말해주었을게 분명하다. 진지하게, 진심을 다해서...

나중에 알게 될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당시에는 알지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후회는 국룰 아닐까.


그러니, 그저 우리에게 집중하자.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에 감사하며 내 삶의 변화를 이끄는 데에 집중하자. 그렇게 좋은 정보라면 일단 우리가 소화하고 보자!

꼰대인가 아닌가 자체를 고민하지도 말자.

그냥, 우리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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