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Feb 27. 2021

우리 마을 급똥 지도

혼자 하는 유튜브 아이디어 공모전 #1

* 공상을 즐긴다. 최근 들어 '이런 걸로 유튜브 해본다면 어떨까?'라는 공상을 자주 하곤 한다. 해놓고는 혼자서 '대박'아이디어라며 박수를 친다. 유튜브 채널 론칭과 촬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장되었으니 대박인지 쪽박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공상만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쉬워 나만의 공모전을 열어보기로 했다.  


첫 번째 출품작 < 우리 마을 급똥 지도 >

* 기획 의도 :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급똥 신호로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화장실 정보를 제공한다. 실제 하루에 두세 번의 급똥으로 동네 화장실을 꿰고 있는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다. '친근한 이웃의 친근한 상황'이 전해주는 유용한 생활정보.

(주의 :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패스하세요~)


친구를 보며 떠오른 아이디어다.

77년생이지만 57년생 같은 이름을 가진 그 친구는 왕성한 장운동으로 늘 고생이다. 그녀의 이름을 넣어야 더 입에 달라붙는 제목이 되는데,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그만두었다. 'OO의 전성시대'처럼 'OO의 급똥 지도'로 론칭하고 싶은데 그 부분은 합의를 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장의 신호가 오더라도 일단은 집이나 회사 화장실까지 가기 위해 애쓴다. 마음이 편한 곳, 깨끗한 곳, 익숙한 곳에서 해결하고 싶기 때문. 물론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나 자신을 극복하기 위한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견디지 못해 벌어질 아찔한 장면을 그려보기도 하고 심호흡을 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녀는 어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도 있는 것인지, 신호가 오면 근처에 갈 수 있는 어느 곳이든 가서 해결을 하고야 만다. 신호는 시도 때도 없다. 쇼핑을 하다가도, 커피를 마시다가도, 길을 건너다가도, 아이 학원을 데려다 주다가도 갑자기 신호가 전해면 화장실로 직행해야 한다. 얼굴을 찡그리고 손바닥 어딘가를 꾹꾹 눌러가며 애타게 화장실을 찾는다. 어느 순간 돌연히 사라졌다가 시원하게 해결하고 나타나곤 하는 그녀. 덕분에 그녀는 우리 동네 곳곳의 화장실 위치와 상태에 대해 세세히 꿰고 있다. 어느 곳이 상시 열려있는지, 휴지가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열쇠를 어느 가게에서 구할 수 있는지 등등. 심지어 비데 설치 유무까지도 알고 있다.


지인들 사이에서는 너무 오래되고 잦은 일이라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는데, 불현듯 그녀의 이 불운함을 콘텐츠로 승화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돌발상황이고 모두가 느끼는 당혹스러움. 그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친절한 화장실 안내서...


첫방송은 우리 동네에서부터 시작한다. 서서히 활동반경을 넓혀간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누비고 난 후에는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콘텐츠다.

"오늘은 영국 런던 시내를 돌아다녀볼게요~"로 시작하는 방송을 상상해본다.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미리 알아보지 않아야 한다. 그저 그녀와 여행 삼아 이 동네 저 동네를 다니기만 하면 된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신호가 오는 그녀의 뒤를 카메라로 쫓기만 하면 그만이다. 모든 것은 그녀가 알아서 할 것이다. 대범함, 카리스마, 순발력을 두루 갖춘 그녀에게는 더 강력한 무기가 있다.

급함... 아주 급함...




* 아들은 이 아이디어를 듣고 만류했다. 너무 역하다고... 하지만 그에게도 유용한 콘텐츠가 되리라 확신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