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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Feb 03. 2021

밤새 안녕하셨는지요...

"한수가... 죽었슈~"

"누구 말이여~~? 그 한수? 엄마랑 둘이 살았던 그 한수 말이여?"

"야~~ 엄마는 벌써 애지녁에 요양병원 들어갔슈~ 한 10년은 됐지유~?"

"어쩌다 죽었댜?"
"술 먹고 집에 들어가다 얼어 죽었슈~~ 집 다와갖구는 문앞에서 그랬대유~"

"혼자 살아서 그랬구먼. 엄마라도 있거나 색시라도 있으면 왜 안 오나 연락이라도 해보고 문간에라도 나가볼 것을..."

"그치유. 혼자 살다 죽으니께 아주 깰끔허드만유? 장례하고 화장하니 끝이유~ 운구차 타고 동네라도 한 바퀴 돌라나 했드만 그런것도 읎유~ 바로 옆에 사는디 갑자기 안보이니께 쫌 그렇드만유."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처음 듣는 이의 죽음을 엿들었다. 구수한 사투리로 오고 가는 어머님과 작은어머님의 대화를 들으며 죄송스럽게도, 처음엔 '풋!'하고 웃어버렸다. "술 먹고 길에서 잠들면 얼어 죽는다!"라고 남편과 아들에게 내가 해대던 잔소리가 생각났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누군가의 죽음이 가벼운 웃음거리가 돼버리면 안 되는 것인데 말이다.

두 분의 대화는 건조했다. 여든 전후의 두 여인이 죽음 앞에서 호들갑 떠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으셨던 걸까. 격한 슬픔이 느껴지기는 커녕 애써 담담하게 대화하는 듯했다. 그래서 더 슬펐고, 그럴수록 더 고인에게 죄송했다.


추운 겨울, 쓸쓸한 새벽, 논길을 휘청휘청 터벅터벅 걷던 그는...

계절과 시간보다 더 혹독했을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걸까.

문 앞에 다다라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때 헤어지지 말고 같이 살았으면 좋았을걸 하며 수십 년 전 사랑했던 이의 얼굴을 떠올렸을까.

요양원에 십 년째 누워계신 엄마 얼굴이 떠올랐을까.

추운데 맨바닥서 자지 말고 얼른 집에 들어오라는 잔소리를 그리워하다가, 그러다 스르르 잠들었을까.


남편의 친한 친구 한 명은 아침 9시마다 남편에게 생존신고전화를 한다. 혼자 잠드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평소 혼자 먹기 힘들었던 외식메뉴를 함께 먹으러 가자고 하기도 하고 혼자서는 소비할 수 없는 양의 명절 선물을 나눠주기도 한다. 아예 우리 동네로 이사까지 온지도 몇 년... 혼자가 된 그에게는 간밤의 안부를 물어줄 이가 생겼고 남편에게는 동네 맘 편한 술친구가 생겼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0.2%란다. 연락하고 연대해야 할 시대라는 얘기다.

혼자 사는 사람끼리든, 한 이불을 덮은 사람이든, 이웃이든, 지구 저편의 누구와든... 전화로든, 문자로든, CCTV로든... 살아있을 때는 스스로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죽었을 때는 누군가가 나의 부재를 알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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