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아 저녁으로 뭐 먹을래?"
"그래~"
"아니, 저녁으로 뭘 먹을 거냐고."
"그렇다니까?"
"....... 저녁을 먹겠냐고 묻는 게 아니라 무엇을 먹고 싶은지 메뉴를 말하라고!"
"아.... 그런 얘기였어? 난 또~~~ 하하하하"
저녁 메뉴를 묻는 나의 문자에 작은 아들은 이렇게 답한다. 아무리 억양이 전해지지 않는다지만 맥락적 사고를 한다면 당연히 메뉴를 말해야 하지 않을까?
아들은 늘 이런 식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질문을 이해하는 방식이 이랬다. 문제집을 풀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제 1. 다음 그림의 큰 삼각형 안에는 몇 개의 삼각형이 있습니까?
지금 분명히 큰 삼각형 안에 삼각형이 몇 개 있는지를 열심히 세고 있는 독자분이 계시겠지만, 아들의 대답은 심플했다.
아들의 답 : 네
그저, 몇 개의 삼각형이 '존재한다'라고 답했다. 그게 다였다. How many였던 질문은 Are there~?로 시작하는 질문으로 변신했고 아들의 답은 나를 무력화시켰다. 아마 출제자도 이런 식의 오답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예도 있다.
문제 2. 시나 이야기의 세계를 알아보기 위해서 무엇을 떠올리며 읽는 것이 도움이 됩니까?
아들의 답 : 네
'암요~ 무언가를 떠올리며 읽는 것이 도움이 되고 말고요~' 라며 출제자에게 연신 고개를 조아린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어제, 집 앞에 볼일을 보러 나가는데 장난기가 발동했다.
"엄마, 어디가?"
"응~"
"엥? 어디 가냐고~"
"응~ 그렇다고~"
"......"
왠지, 통쾌했다. 동시에 미안했다.
뜻하지 않은 답변에 당황스러웠지만 남들과는 다른 사고를 하는 아들이 한편으로는 대견했었다. 따지고 보면 틀린 답도 아닐 터였다. 학교 시험이었다면 냉정하게 오답처리가 되는 게 맞지만 엄마인 나는 아들의 창의적이고 색다른 답에 조금은 관대했어야 하지 않을까.
사진에 담긴 빨간 짝대기가 마음에 걸린다.
아들의 불명예가 염려된 엄마의 한마디.
"다행히 성적은 잘 나옵니다~ 교우관계에도 문제없습니다~"